[서울대생 익사]교수들,『일그러진 대학문화가 범인』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39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소중한 제자를 잃어 참담한 마음뿐입니다.”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병원 영안실을 찾은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이홍희(李弘熙)학부장 등 교수 3명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학생들이 교내에서 음주를 한채 동료를 연못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번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대학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은 교수들은 응용학부 1학년생 강민구군(19)의 어머니 이순임(李順任·43)씨의 손을 잡고 놓지 못했다.

“그동안 대학내 안전사고에 관해 무관심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교내 음주금지에 대한 학교 규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런 제약없이 음주와 소란행위가 빈발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대학인 모두가 깊게 반성해야 합니다.”

교수들은 특히 숨진 강군의 가정형편이 몹시 궁핍하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눈시울을 붉혔다.

이교수 등은 “이날 오전 긴급 교수대책회의를 갖고 학부차원에서 각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과 잘못된 대학문화를 바로잡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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