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영장]『검찰 살려고 재벌회장 잡았다』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검찰이 11일 전격적으로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10개월 동안 질질 끌어오던 수사를 급진전시킨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신동아그룹의 외자유치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한때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검찰의 수사 착수는 지난해 3월. 검찰은 신동아그룹이 위장수출 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첩보를 입수, 은밀한 내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신동아그룹 계열사 신아원(현 SDA)의 전사장 김종은(金鍾殷)씨가 최회장에게 “10억원을 주지않으면 외화를 빼돌린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다 검거된 사건이 터지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 최회장은 검찰에 소환돼 1차 조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한생명이 추진하던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과의 10억달러 외자유치 협상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난해 6월 미국 방문의 주요 성과로 거론되자 검찰은 큰 부담을 느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수사유보를 발표하면서 “외자유치가 절박한 상황에서 검찰수사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비난을 들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가 중단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신동아측이 거물급 인사를 동원, 온갖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신동아 최회장과 검찰총장과의 개인적 친분까지 들먹여지는 등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여론에 밀린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사에 다시 착수해 보강조사를 벌여왔으나 사실상 최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생명이 실사(實査)와 협상을 수차례 반복하는 등 외자도입에 진전이 없어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사법처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최회장을 갑자기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의 ‘정치검찰’ 파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평검사들이 집단서명을 벌이며 ‘검찰 수뇌부가 정치인 재벌 수사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검찰 수뇌부가 이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최회장을 전격 사법처리키로 방침을 세웠다는 것.

특히 2일 열린 검찰 수뇌부와 평검사회의에서는 일부 평검사가 신동아그룹 수사의 문제점을 직접 거론하며 수뇌부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회장의 사법처리가 검찰 중립의 첫 출발인지 아니면 위기에 몰린 검찰 수뇌부의 난국 타개용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