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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3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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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복지과 주임 유시영(柳時榮·45)씨의 소득 재산 그리고 가족 명세서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공무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총리실이 그를 ‘미스터 클린’으로 추천했을 때도 펄쩍 뛰었다. 자신보다 더 깨끗하게 사는 공무원이 더 많다며 두 손을 내저었다.
“먹고 살 만합니다. 특별히 깨끗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특별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가난하게 살아야만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내에게 월급만 제때 갖다 줄 수 있어도 행복한 것 아닙니까.”
유씨는 공무원 생활의 대부분을 이른바 끗발 좋다는 기획이나 총무파트에서 보냈다. 그런데도 월급외의 소득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같은 서울시 6급 공무원은 2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유씨는 요즘도 점심 저녁 하루 두끼를 1천8백원짜리 구내식당 식권으로 해결한다. 그러나 지갑에는 비상금 겸 ‘품위 유지비’로 언제나 1만원쯤은 넣고 다닌다.
78년 동사무소 9급직원으로 출발한 유씨는 아침 7시면 어김 없이 집을 나서 밤 12시무렵에 돌아온다. 시청역에서 밤 11시15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마지막 전동차가 그의 퇴근 전용차다. 지난해 9월 노숙자들의 겨울나기 대책을 세울 때는 여러날 밤을 사무실에서 새웠다.
상사인 김경규(金炅圭)사회복지과장은 유씨를 가리켜 “한눈 팔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일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유씨는 공무원들의 민원처리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밝아졌다. 그가 자랑하는 민원처리 3대 원칙은 △민원인이 원하는 쪽으로 생각하기 △친절하기 △빨리 하기.
“민원인이 서류를 제출하기만 기다리지 않고 저도 다음 절차를 미리 준비해 둡니다. 그러면 일처리 속도가 2,3배 빨라지고 급행료 시비나 오해가 안생기지요.”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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