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이모저모]해금강출신 4형제 망향가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오랜 기다림 끝에 내고향 입석리 마을 앞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까지 와서 발길을 돌려야 하다니, 그리움이 더욱 사무칩니다….”

제문을 읽던 이창식(李昶植·67)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사촌동생 영식(榮植·66)씨와 외사촌동생 홍용찬(洪龍澯·56) 익찬(益澯·55)씨가 이씨의 손을 잡았다. 4형제의 어깨가 들썩였다.

20일 오전 해금강. 4형제는 고향을 보게 된다는 기대감으로 전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의 고향은 해금강 용두바위 앞쪽에 있는 입석리. 51년 1·4후퇴때 떠난지 47년만에 고향마을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입석리까지 1㎞도 남지 않은 수원단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린 4형제는 고향마을을 보기 위해 애썼지만 마을 앞에 솟은 천선대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고향마을까진 걸어서도 10분이면 되는데….”

4형제는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바위에 준비해온 대추와 귤로 제상을 차리고 정종을 한잔 올렸다.

그러나 제문을 읽다보니 그리움이 설움이 돼 북받쳐올랐다. 읽다가는 끊어지고, 또 읽다가 끊어지고…. 이들을 지켜보던 관광객들도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내년에도 오고 그 다음해에도 또 올겁니다. 자꾸 오다보면 언젠가 고향길도 열리겠지요.”

〈동해〓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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