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의자가족에 벌금독촉 물의…징수 실적에만 급급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7분


검찰이 벌금 징수실적을 높이기 위해 벌금 체납자의 가족에게까지 벌금독촉서를 마구 발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벌금도 엄연히 형벌인데 이를 가족에게까지 독촉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連坐制)를 적용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높다.

A씨(여·48)는 최근 검찰로부터 벌금납부 독촉서를 받았다. 행정우편으로 배달된 편지 겉봉에는 ‘서울지검 집행과’ 및 A씨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편지 속에는 ‘지명수배중임’이라는 붉은 도장과 함께 ‘벌금 30만원을 내지 않으면 출국을 금지하고 주민등록을 말소하겠으며 검거시 교도소에 유치하겠다’는 경고문구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서울지검 박모 검사로 돼 있었다.

A씨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시아버지는 “뭘 잘못했기에 이런 것이 다 날아오느냐”며 꾸짖었다.

A씨는 곧 다른 동생들도 똑같은 편지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 벌금징수 실적을 올리기 위해 A씨의 경우 외에도 벌금체납자의 가족에게 벌금납부독촉서를 마구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벌금체납자의 소재파악이 안될 경우 그 가족에게 벌금체납자를 수신인으로 해서 벌금납부독촉서를 보내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형제자매에게 독촉서를 보내는 것은 자제하고 있는데 착오로 그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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