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유치」 줄잇는 로비, 통제기구 급하다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15분


‘카지노를 잡아라’

요즘 문화관광부가 바쁘다. 너도 나도 카지노 영업을 하겠다며 덤비기 때문이다. 현대는 금강산유람선에 카지노허가를, 관광호텔 업자들은 정덕진사건 이후 완전히 사라진 슬롯머신 허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금강산 관광비를 낮추기 위해, 관광호텔 운영난을 내세웠다. 과거 슬롯머신 관련자 등 여러 이해집단의 로비도 거세다는 소문이다.

이런 ‘카지노 이상 열기’는 96년 강원도 태백정선 폐광지구에 대해 내국인 출입허용 카지노를 허가한 이후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폐광지역 카지노는 일터를 잃은 주민들을 위해 특별법으로 허가됐다.

그후 IMF시대를 맞아 외자 유치 수단(관광산업에 1억달러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조건부허가)이 됐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2년 월드컵대회 준비작업에도 동원됐다. 부족한 호텔건설을 위해 특1급호텔로만 제한됐던 카지노를 컨벤션센터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카지노 열풍은 최근 10여년동안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 75년까지도 네바다주가 유일한 도박허용 주였다. 그러나 지금은 48개주로 늘었다. 3년전에는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대형 카지노가 섰다. 현재 카지노는 86개국에 1천4백80여개소가 영업중이다.

카지노는 ‘특권사업’이다. 도박행위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때문에 허가와 운영은 엄격하게 통제 받고 규제되어야 한다. 네바다주의 게이밍커미션과 콘트롤보드에 소속된 변호사, 경찰관, 공인회계사, 전직 카지노딜러들은 송곳과 칼날처럼 정확하고 날카롭게 카지노를 감시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카지노 영업감시가 문화관광부의 관광국, 그 하부의 관광시설과에서 담당하는 여러 일상업무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책과 감시가 모두 여기서 이뤄진다. 슬롯머신 재허가 불허 방침은 이런 허술한 카지노행정 메커니즘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관광호텔업자들의 논리에 휘말린 문화관광부가 지난 7월 관광호텔에 대한 슬롯머신 허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강원도 폐광지구 주민들이 반발했다. 슬롯머신이 부활된다면 누가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찾아와 카지노 게임을 하겠느냐는 주장이다. 두달만에 불허가 방침으로 일단락됐다.

카지노는 만능키가 아니다. 사회적 도덕적 해악을 끼치는 카지노의 허가는 그것이 전체 국민과 나라를 위해 기여할 때만 정당화된다. 카지노가 특정 이해집단의 특혜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정부가 카지노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정책방향을 잡아야 하며 엄격한 통제 규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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