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 불법주총 유효판결…은행 도산가능성 우려 원심파기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7분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김명길·金明吉부장판사)는 26일 제일은행 소액주주 1백명을 대리한 이모씨가 “정당한 의결절차를 무시한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하라”며 은행측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은행측이 총회꾼을 동원한 것 등 주총결의의 불법성은 인정되지만 주총결의가 취소될 경우 은행측이 추진한 경영정상화 정책이 모두 무효가 돼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경제사정이 허락한다면 그같은 불법 결의를 취소해 법원칙의 엄정함을 체험하게 하고 경제정의를 실현시켜 마땅하나 경제현실이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급변한 만큼 결의취소는 부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주총결의취소→이사회의 경영정상화조치 무효→자기자본비율 폭락→예금인출사태와 도산→타은행의 대외신인도 동반 하락→금융위기 확산’의 악순환을 우려해 법적 안정성과 실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한편 패소한 원고측도 “항소심에서도 소액주주권을 무시한 주총결의의 불법성을 인정한 만큼 이번 재판의 공익성은 충분히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고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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