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달리기 발대식]본보 축하행사 성황

  • 입력 1998년 7월 17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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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제헌절 아침. 국회가 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한 채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제헌절 행사를 치를 시간, 여의도 둔치 한쪽 LG야외무대에서는 오늘의 침체와 우울을 한꺼번에 깨뜨릴듯 흥겨운 사물가락이 울려퍼졌다.

“태극기와 함께 달리며 국난극복의 의지를 다지자.”

정부수립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전국 일주 태극기 달리기’가 시작되는 첫날. 그 힘찬 출발을 온 국민과 함께 격려하기 위해 동아일보가 마련한 축하행사, 태극기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오전 9시45분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극단 ‘연희단거리패’(대표 이윤택·李潤澤)와 경남 진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물놀이 ‘우리살림 들소리’(대표 문갑현·文甲見) 단원 30여명이 길놀이를 시작하자 시민 3백여명이 금세 야외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오늘부터 ‘태극기 달리기’가 끝나는 8월15일까지 여러분 쉬지말고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어 주십시오. 대한민국 만세!”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 정동숙(鄭東淑)씨가 관객들을 향해 외치자 시민들도 그린스카우트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받은 수기(手旗)를 흔들며 “만세” “얼쑤” “좋다” 추임새로 흥을 돋우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나라사랑 체험교육’을 위해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1시간여 진행된 이날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는 아기장수 개똥이(정동숙 분)를 중심으로 손에손에 태극기를 쥔 배우들이 외적을 상징하는 못된 용 이심이를 물리치는 장면. 태극기 아래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하고 21세기를 대비하자는 ‘전국 일주 태극기 달리기’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함성을 지르며 태극기를 흔들던 윤주상군(10·서울 양천구 목동)은 “태극기를 앞세우고 나서니까 힘이 절로 나는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살림 들소리’단원인 일본인 노마 고우헤이(野間耕平·28)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여파로 경제난에 빠진 한국인들이 금모으기에 나섰을 때와 같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1시경 ‘도약21, 힘찬 한국!’이라는 구호와 대형 태극기를 매단 지름 24m, 둘레 86m의 대형 열기구가 떠오르자 절정에 이르렀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굽히지 않는, 끊어질 듯하면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아온 우리 민족의 힘과 끈기, 희망도 태극기와 함께 둥실 떠올랐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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