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열리는 경제청문회]강경식-김인호씨 10일 재판

입력 1998-07-09 19:34수정 2009-09-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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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제319호 법정에서 10일 오후 열리는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에 대한 재판은 ‘법정 경제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외환위기 경고를 묵살하고 축소은폐 보고로 직무를 유기한 것과 대출압력에 관련한 직권남용 등 두가지.

강, 김씨측 변호인은 일단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검찰이 제시하는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참고인들을 모두 증인으로 세워 외환위기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 등 60여명의 전현직 경제관료와 경제학자들이 증인으로 등장해 재판이 ‘학술 토론장’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인측은 일단 외환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서울여대 이종욱(李鍾郁)교수의 ‘날벼락 이론’ 등 다양한 이론을 제시할 계획이다.

날벼락 이론은 외환위기는 성격상 날벼락처럼 예측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미리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

변호인단은 또 고도의 정책판단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해 검찰의 직무유기 적용 자체가 법리적으로 ‘무리수’임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강, 김씨는 이를 위해 노승행(魯勝行) 김용환(金容煥)변호사 외에 광장 동양 등 2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0여명을 추가로 선임해 유사판례 등 방대한 양의 자료도 수집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에게 위기실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직무태만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재판과정에 민간연구기관이나 경제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외환위기의 원인과 진행과정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위해 1만여쪽이 넘는 사건자료 검토를 이미 마쳤으며 최근에는 모의재판 등 실전연습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도 가급적 자료보다는 증언을 많이 청취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재판에서는 △외환위기 실상의 은폐 △기아사태 처리 지연 △IMF 구제금융 요청 지연 등 공소사실 공방과 함께 정책판단에 대한 형사처벌의 정당성 등을 놓고 뜨거운 법리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판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이 강,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서면답변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어 김전대통령이 증인으로 재판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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