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기술자 이근안 못봤소?』…12일 공소시효연장 공판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도망기술자’가 된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0)씨 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씨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을 위한 재정신청을 심리할 첫 공판이 12일 열리게 됨에 따라 그의 행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 내부에서는 고문 전문가로서 ‘탁월한 심문관’이라는 인정을 받고 민주인사들에게는 ‘지옥에서 온 장의사’로 불렸던 이씨.

그는 85년 9월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에서 당시 민청련 의장이었던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의원에게 혹독한 고문을 자행했다.

이씨는 89년 12월 김씨에 대한 불법체포 및 고문혐의로 수배된 뒤 9년반 동안 행적이 묘연한 상태.

서울지검 강력부는 그동안 경찰과 합동으로 전담추적반을 편성, 행적을 쫓아왔지만 성과가 없어 ‘안잡는 것이냐 못잡는 것이냐’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이씨를 목격했다는 제보는 10여건이 있었지만 사실로 밝혀진 것은 한건도 없다.이 때문에 그의 행적에 대해 자살설 제거설 해외밀항설 성형수술설 비호은둔설 등 갖가지 설만 분분했다.

검찰은 이씨가 대공 수사과정에서 알게된 주변인물의 비호를 받으며 잠적해 있을 가능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세달에 한번씩 이씨의 가족주변에 대한 탐문활동을 벌여왔지만 단서조차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경기경찰청에 특별수사반이 있지만 이씨를 수배자로 등록만 해놓았을 뿐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이씨의 재심을 맡은 재판부의 한 관계자는 “재판을 위해 수소문을 하다가 이씨가 산간벽지의 절에 은둔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입산수도설’을 제기했지만 근거는 분명치 않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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