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서 「줄 잘서는 요령」]기합땐 뒤쪽서야 선착순 유리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줄서기 천국’ 군대. 군대의 줄서기엔 처절한 생존투쟁의 천태만상이 담겨있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들녘)의 저자 이성찬씨는 “줄 잘서는 것도 요령 겸 능력이라는 점에서 군대와 사회는 똑같다”고 주장. 다음은 이씨가 제시하는 ‘군대훈련소에서 배우는 줄서기 키포인트’.

▼좋은 것에는 앞에 나서되 맨앞엔 서지 말라〓식사하러 모일 때는 남들보다 좀더 많이 먹기 위해 앞에 서려고 한다. 라면이 나올 경우 물이 식을 염려도 있다. 그러나 기간병은 “앞에서 10명은 배식을 맡는다, 실시!”하고 명령하기 십상.

▼가장 안전한 것은 역시 중간〓가장 흔한 집합인 작업집합. 대부분 뒤쪽에 서려고 한다. 앞에서부터 일을 할당하기 때문에 뒤쪽은 힘들지 않은 소일거리를 맡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종종 “뒤로 돌아! 작업장을 향해 앞으로 가!”하는 ‘청천벽력’같은 사태가 발생한다.

▼나쁜 것은 역시 뒤에 서는 게 유리〓얼차려(기합)가 있을 땐 반드시 줄의 뒤쪽에 선다. 주로 선착순을 하는데 어차피 첫판에 1등을 하긴 힘들다. 결국 1등을 하든 꼴찌를 하든 전원의 힘이 쇠진해질 때까지 계속되므로 힘을 비축하다가 끝무렵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앞으로 나서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앞으로〓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행군. 대부분 뒤쪽에서 조교의 눈치를 보지않고 걸어가고픈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앞쪽에선 아무 생각없이 깃발만 보고 걸으면 되지만 뒤쪽은 보폭의 차이와 줄 중간의 미적거림 때문에 뒤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뛰다가 다시 거북이 걸음을 하는 등 자기 페이스대로 못 걷고 신경질만 난다.

▼윗사람과 친해지려면 실력이 따라야〓태권도나 총검술에서 교관은 주로 낯익은 훈련병을 시범적으로 시킨다. 이때 잘하지 못하면 ‘배신감’ 때문에 훨씬 센 기합을 받는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