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도中企人의 재기집념]법원 『양심적』 영장기각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산간 오지로 돌아다니며 내일을 기약했다. 곳곳에서 실시되는 검문검색을 피해 트럭을 몰았다. 기계공구 도소매업자 남원현(南原鉉·37·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씨. 96년 거래처의 부도로 5억3천여만원의 연쇄 부도를 맞은 그는 이후 1년3개월간 경찰의 수배를 피해 4.5t트럭에 기계공구를 싣고 강원 충청지역의 지방 거래처를 돌며 물건을 팔았다. “이 기간중 경찰을 피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남씨는 “그나마 1주일에 한번씩 몰래 집에 와 아내와 두 딸을 보고 가는 것이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4억여원을 갚은 그는 11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부정수표단속법을 위반한 범법자였지만 나라도 그의 노력과 양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우광택(禹光澤)판사는 13일 서울 노원경찰서가 남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판사는 “남씨가 부도수표를 사용한 뒤에도 계속 사업을 하면서 회수 노력을 하고 있고 경찰에 자진 출두한 점으로 미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새 출발을 하게 된 남씨는 경찰에서 풀려난 뒤 “부도를 낸 중소기업인에 대한 정부의 선처 방침에 용기를 내 자수했다”며 “나머지 빚을 갚는 대로 사업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진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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