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3명 물에 빠진 어린이 구해낸뒤 사망-실종

  • 입력 1997년 7월 22일 08시 09분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기만 한 우리 순둥이 준섭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데려간단 말입니까』 21일 오후6시경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변산해수욕장 부근 전북체신청 휴양소앞 바다에서 싸늘한 시체로 인양된 申俊燮(신준섭·17·전주고 1년)군을 껴안고 아버지 신영길씨(43·상업)는 오열했다. 신씨의 옆에서는 바다에 빠진 어린이들을 구하려다 신군과 함께 실종된 같은 학교 친구 鄭仁誠(정인성) 張晩基(장만기)군의 부모가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한 착한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갔느냐. 내 새끼를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전주고 모범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동아리 「라매불(裸魅佛)」 회원들로 선배 및 동료 30여명과 함께 여름 수련회 참석차 지난 19일 이 해변을 찾았다. 이날 오전11시경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전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거나 해변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던 이들은 바닷가 3백m 앞 해상에서 초등학생 10여명이 탄 고무튜브가 뒤집히면서 어린이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지르자 동료 5명과 함께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바닷물 속에 뛰어들었다. 물을 먹고 허우적거리던 어린이들을 한 명씩 바위섬으로 끌어내 구조하던 이들 8명중 신군 등 4명은 마지막 어린이 1명을 남겨놓고 힘이 달려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지만 서대영군(17)만 구해냈을 뿐 3명은 실종되고 말았다. 수영을 할 줄 아는 학생들이었지만 물살이 빠른 곳인데다 때마침 밀물 때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사고 후 수색작업을 편 119구조대와 공수부대원들은 오후6시경 신군의 시체를 인양했으나 정군과 장군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수한 성적의 모범생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전주고와 동아리 「라매불」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사고현장에 달려와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 학교 오근령교감은 『요즘 세태에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의로움을 보인 이들의 희생이 너무 안타깝다』며 『유명을 달리한 그들의 뜻을 기릴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부안〓김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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