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재수사]「鄭리스트」정말 33명?…검찰 축소의혹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5분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은 과연 몇명인가. 검찰은 지난 10일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이 33명이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그후 문제의 정치인은 「56명이다」 또는 「58명이다」라는 미확인 설이 잇따라 보도됐다. 검찰은 일단 이같은 설에 대해 여권내 특정계파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는 「역공작」차원의 「악성루머」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설이 설득력을 얻을 경우 자칫 축소수사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33명 이외에 더이상은 없다. 신한국당내 일부민주계가 자신의 계파를 보호하기 위해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일축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국을 혼돈속으로 몰아넣어 한보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명단을 축소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의 수를 놓고 각종 설이 나오는 것은 우선 리스트 작성경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리스트 작성경위에 대해 『한보사건 1차 수사 당시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 金鍾國(김종국)전재정본부장 李龍男(이용남)전한보철강사장 朴承圭(박승규)한보문화재단이사장 등 한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총회장을 제외한 한보측 고위간부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정치인은 33명 이상으로 검찰이 이를 정총회장의 확인 등 나름대로의 「정리과정」을 거쳐 「33명」으로 확정한 뒤 발표함으로써 이같은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 검찰주변의 분석이다. 즉 한보에서 1천만원 이하의 적은 돈을 받거나 꼭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정치인의 경우 리스트에서 배제했을 수 있다는 것. 金相喜(김상희)대검수사기획관이 『1차 수사팀이 적은 돈을 받은 사람을 배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추론을 어느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33명보다 많은 정치인의 명단을 확보하고도 여권 고위층과 교감을 거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우려, 일부를 배제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리스트를 둘러싼 각종 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태수 리스트」와 리스트 작성과정 등을 전면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양기대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