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李珍暎기자] 독일 본 호프만 시립유치원의 유아반 아이 20명중 16명은 편모 밑에서 자라고 있다. 집에 돌아가도 아버지가 없는 것이다.
2m10㎝의 껑충한 키에 금발 꽁지머리를 묶은 마쿠스 레만선생. 올해 나이 스물일곱인 레만은 여교사만 있는 이 유치원에서는 「자상한 아버지」로 통한다. 레만이 부모와 자녀가 모두 있는 가정,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화목한 가정의 한 기둥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선생님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뭔가 빠진 듯한 부분이 있었는데 레만선생이 와서 그 부분을 채워주고 있지요』
바스무트 원장은 본에 살고 있는 3백여명의 유치원 교사중 남자교사는 고작 5명뿐이라며 레만에 대한 칭찬과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레만이 기다란 몸을 구부리고 교실로 들어서면 유아반 아이들은 『레미』 『레미』하고 애칭을 부르며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레만과 함께 하는 체육시간. 레만의 몸에 성가시게 매달리는 아이들을 하나씩 떼내 번쩍 들어 매트에 내팽개쳐도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 커녕 자지러지듯 웃는다.
위험한 뜀틀운동도 레만과 함께 하면 늘 든든하다. 가끔씩 농구대에서 멋진 덩크슛 묘기를 보여주는 선생도 레만뿐이다.
『한바탕 아이들과 뛰고 뒹굴고 나면 파김치가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피곤한 활동을 유치원에서 저 말고 누가 하겠습니까』
레만은 『이혼이나 미혼모 등으로 인해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며 『공공 보육시설에 남자교사가 많이 들어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의 필요성과 남녀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레만이 움직임이 많은 활동을 중요시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속에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이를 해소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친구를 때리는 등 폭력을 사용하게 되지요』
레만은 그래서 여교사들이 위험하다며 기피하는 활동을 어린 아이들에게 망설이지 않고 시킨다.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레만은 어려서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란 기억이 남자교사의 불모지인 유아교육 현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