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현장 표정］李대표 성당서 「눈뭉치세례」

「李基洪·李明宰·宋平仁·韓正珍·李浩甲 기자」 13일 金壽煥(김수환)추기경을 만나러 명동성당을 방문했던 李洪九(이홍구)신한국당대표가 이곳에서 농성중이던 노동자들로부터 눈뭉치 세례를 받는 등 개정된 노동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는 이날도 평행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9시55분경 이대표 일행이 김추기경을 방문하기 위해 명동성당 입구에 도착하자 계단에 앉아 있던 노동자와 학생 등 사수대 50여명이 이대표 일행을 가로막아 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한때 소동. 사수대원들은 「노동악법 철폐」 「날치기 주범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눈뭉치를 던지기도 해 이대표는 성당입구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김추기경 집무실까지 가는 데 10여분이나 소요. 노동자들은 특히 이대표를 수행한 전 노동운동가 金文洙(김문수)의원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등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아 민주노총 간부들이 이를 말리느라 진땀. ▼ “국민분노 호도 안될말” ▼ ○…이대표가 김추기경과 만나는 동안 김의원은 예전의 「동료」였던 민주노총 李尙炫(이상현)조직국장 등과 귀엣말을 나누며 이대표와 權永吉(권영길)민주노총위원장간의 면담을 주선했으나 민주노총측의 거부로 무산.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이대표가 김추기경을 만나러 온 것은 명동성당에 경찰력을 투입하기 위한 사전 명분 쌓기용』이라며 『그런 불순한 의도에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고 주장. ○…오전 11시 권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대표와의 면담을 거부한 데 대해 『이미 대통령에게 면담을 제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 민주노총의 이같은 태도는 자칫 파업지도부가 정부여당과의 면담은 무조건 거부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 권위원장은 그러나 기자들에게 『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이대표를 내세워 국민의 분노를 호도하려 하고 있다』며 『노동법철회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일체의 면담에 응할 수 없다』고 거듭 표명. ○…이날 오후 2시 민주노총측은 서울 세종로 동화은행앞에서 개최키로 한 「노동악법개정을 위한 총파업승리 결의대회」와 관련, 경찰측이 집회 후의 행진코스에 미국대사관이 있다는 이유로 집회를 허가하지 않자 강한 불만을 표시. 민주노총 조직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이미 며칠전 집회신고를 내주고서도 갑자기 지난 12일 오후 늦게서야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며 경찰을 대상으로 소송제기를 검토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하기도.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에는 사무직 노동자 중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은행원들이 띄운 「우리는 왜 파업을 않느냐」는 항의성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어 눈길. 은행원들은 금융노련이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 산하조직이라 14일부터 총파업에 뒤늦게 합류하는 것에 항의, 『노총과는 별도로 빨리 파업해야 한다』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이 은행원들을 얼마나 소심하다고 보겠느냐』는 등 불만을 표시. 특히 금융노련이 14일 시한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잘못 알려진 직후에는 「금융노련은 자폭하라」는 등 격렬한 문구가 올라오기도. ○…한국노총은 전국 시한부 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노총회관에서 20개 산별연맹 대표자회의를 열고 파업준비상황을 최종 점검하느라 분주한 분위기. 한국노총은 그러나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 등이 장시간의 논의끝에 파업불참의사를 밝히고 철도 전력 체신노조 등도 사실상 정상근무를 실시할 것으로 밝혀지자 다소 실망하는 모습. ○…14일로 예정된 금융노련의 파업과 관련, 시민들은 13일부터 자신이 거래하는 시중은행에 「업무여부」를 물었으나 노조원 절반이 근무하기 때문에 입금이나 대출업무 등 기본업무에는 차질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안심하는 표정. 이날 오후4시경 조흥은행 마포지점을 찾은 김모씨(42·주부)는 『내일 은행이 파업한다는 말을 듣고 미리 돈을 찾으러 은행을 찾았다』며 『하지만 은행직원이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해 그냥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 “시민 불편 최소화 노력” ▼ ○…금융노련 소속 시중은행들은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안내문을 붙이는 등 혹시나 파업으로 발생하게 될 시민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서울 축산업협동조합 마포지점에 근무하는 김모씨(37)는 『파업으로 생길 수 있는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본근무에 필요한 인원은 정상적으로 근무할 것』이라며 『축협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안내문을 현관에 붙였다』고 설명. ○…노동부는 이날 버스 택시 은행 도시철도공사(2기 지하철) 등 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 노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오후 들어 버스와 도시철도공사노조가 14일 파업 돌입은 일단 유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안도하는 모습. 상당수 직원들은 『택시 은행 등의 파업예정 시간이 다가오고 곧 서울지하철 통신 등의 파업이 이어질 예정인데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며 『이미 경찰력으로 파업을 막기엔 실기(失機)한 것 같고 그렇다고 뾰족한 다른 수습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우려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