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탈출일가 서울 안착]김경호씨 兄 『내동생』통곡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동토의 땅을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金慶鎬(김경호)씨의 일가족만큼이나 한국의 핏줄들도 재회의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김씨 일가족의 북한탈출을 지휘한 미국 뉴욕의 김씨 처남 최철호씨도 이날 누님가족이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일 김포공항에서 동생 경호씨와 50년만에 다시 만난 맏형 慶太(경태)씨는 『이게 꿈이냐 생시냐』며 동생을 끌어안고 말을 잇지 못했다. 경태씨는 『TV에 나온 네 모습을 보니 50년이 지났어도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며 『너도 나를 기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경태씨는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시장 내 상가건물의 단칸방에서 아들 손자와 살고 있는 자신의 넉넉하지 못한 집안형편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경태씨는 그래서 전날인 8일 오후 제수인 경기 의왕시 내손동 金順元(김순원·61)씨 집에 찾아가 동생 일가족을 맞기 위한 가족회의를 가졌다. 『만약 같이 살게 되면 단칸방인 내 집 대신 넓은 제수씨 집에서 묵게 할 생각입니다』 경호씨의 부인 崔현실씨의 사촌동생인 서울 중랑구 면목동 베델의원 崔哲旭(최철욱·43)원장도 이날 오후 2시반경 부인 및 친척 3명과 함께 공항에 나와 사촌누님과 상봉했다. 최씨는 김씨 일가족에게 『위험한 고비를 수없이 넘기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인사했다. 최씨는 『누님이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돕겠다』며 『정부에서도 생계대책 등 많이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李明宰·韓正珍기자〉 【뉴욕〓李圭敏특파원】 김씨의 처남 최철호씨는 9일 『누나가족이 이제야 자유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홍콩에 도착한 후에도 사실 불안한 점이 없지 않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며 『어머니 아버지도 긴장이 풀려 병원에 입원까지 했지만 50년, 반세기의 한을 풀었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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