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 포터필터에 담습니다. 원두가 평평해지도록 일정한 압력을 주어 누릅니다. 우리는 더블샷 버튼을 눌러 커피를 추출합니다.’ ―모모초 ‘오늘의 커피는 무슨 맛’ 중 15년 동안 매일매일 오늘의 커피 맛을 궁금해했다. 단순해 보이는 검은 액체는 복잡한 맛과…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 중 대문호 괴테가 문학사에 각인시켜 놓은 것은 파우스트나 베르테르, 에그몬트 같은 허구의 인물들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괴테’ 자신이다. 그의 자서전 ‘시와 진실’은 출생에서 26세까지만 담…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중 한 사람이 묻는다. “네가 직접 해봤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당황한다. 이 물음은 경험의 유무를 따져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말이다…
“몸은 늙는데 마음 더욱 젊어오는 따뜻한 저 형벌을 어쩔 것인가” ―공상균 산문집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 구례 화엄사 뒤편 대나무숲길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암자에서 공상균 작가는 노스님의 분홍색 찻잔을 보았다. 청춘을 수행으로 다 보낸 노스님께 마음이라도 젊게 …
‘시간은 코앞에서 흔들리는 탐스러운 엉덩이/올라타고 싶은 순간과 걷어차고 싶은 순간으로/뒤뚱거린다/돌멩이를 삼키는 거위처럼.’ ―유계영 ‘해는 중천인데 씻지도 않고’ 중 “보름 정도 황토방에서 묵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처음 전화를 받고 거절을 했다. 화개장터 가까운 곳에 좋은 …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조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중 코로나19 사태는 조제 사라마구(1922∼2010)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공간은 알 수 …
“오늘날도 그렇지만, 중세 세계에서는 부자들이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다.” ―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 중 실크로드에는 비단, 보석, 향신료, 모피, 말, 차 같은 사치품들이 흘러 다녔다. 이 상품들은 주로 부유층들이 그들의 지위와 위신을 위해 …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결국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서 피어나야 한다.―강인욱 ‘고고학 여행’ 중 누구나 타인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어떤 직업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
‘우리가 그 속에서 숨은 모과를 발견하기만 한다면 평범이 특별함이다.’ ―박연준 ‘모월모일’ 중 이 말에 끌려 산문집을 집어 들었다. 표지의 신비로운 보석처럼 생긴 것이 실은 매일 써서 닳아버린 비누란 것도 마음을 끌었다. 작가는 평범한 날들을 기리며 이 글들을 썼다. 잊어버려서 …
“식물의 생김새에 궁금증을 갖고 관찰하다 보면, 그 형태에 이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연 등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이소영 ‘식물의 책’ 식물은 제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새순을 내며 꽃을 피우고 향을 내뿜는다.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나에게 관심…
“모두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입니다.” ―이종철 ‘까대기’ 중 6년간 택배 상하차 일로 생계를 꾸렸던 만화가 이종철 씨가 독자와 택배 종사자분들께 전하는 당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우리 국민들은 일상의 제약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차분히 실천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식견을 주셨으면서도 나 자신이 영원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셨습니다.” ―피터 섀퍼 ‘아마데우스’ 중 희곡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복수심에 사로잡힌 질투의 화신’이 된다. 작가 피터 섀퍼는 살리에리가 받은 충…
“아우슈비츠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 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다.” ―임레 케르테스 ‘운명’ 중 열네 살 유대인 소년이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그곳은 질병, 굶주림, 총살이 일상인 ‘인간 도살장’이었다. 포로 생활은 1년이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소…
‘나의 뇌에는 자연경관이 주는 위로가 필요하다.’ ―에마 미첼 ‘야생의 위로’ 일도 사람도 음악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나 스스로가 너무 하찮게 느껴지는 날에는 일찍 잠에 빠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이 어려운 날엔 잠조차 어렵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만들어낸 낯설고 이상한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다이앤 애커먼 ‘휴먼 에이지’ 중 ‘감각의 박물학’으로 다이앤 애커먼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가 자연과학 에세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글을 쓴다고 생각했다. ‘휴먼 에이지’에서도 그는 아름다운 문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