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330억대 토지 보상특혜’ 의혹 前 성남시 도시계획위원 수사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2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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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스1
서울 종로구 감사원. 뉴스1
성남시의 주요 도시계획을 승인하는 역할을 했던 전직 성남시 도시계획위원 A 씨에 대해 감사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성남시 분당구 율동의 9700평 사유지를 시가 매입하도록 결정하고, 그 대가로 토지주 B 씨로부터 현금 4억 여 원을 받은 혐의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성남시는 2019년 10월 B 씨의 사유지를 ‘이매 근린공원’ 부지로 매입하고 이듬해 토지보상비 330억여 원을 지급했다. 이에 당시 성남시의회에선 “토지주에 특혜를 준 것”이라며 ‘특혜 매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성남시가 용역을 거쳐 “매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이 토지에 대해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에 따라 시 예산 330억여 원을 들여 매입하는 등 토지주에게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 330억 토지보상 받은 토지주, 도시계획위원에 최소 4억 건네
감사원은 지난해 실시한 성남시에 대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A 위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확인한 뒤 수뢰후부정처사 및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금품을 건넨 토지주 B 씨도 뇌물공여 및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7년부터 ‘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관내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사유지 중 시가 매입해야 할 대상을 추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0년 7월 시행된 ‘공원 일몰제’는 도시관리계획상 공원 용지로 지정돼있지만 20년 이상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부지에 한해 자동으로 공원 용지에서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성남시는 공원 용지에서 자동 해제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되는 토지에 한해 시가 직접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성남시가 진행한 용역 결과, B 씨의 토지는 시의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토지 대부분이 경사가 가팔라서 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B 씨의 토지가 군사시설보호법상 제한보호구역이었고, 산지법상 보존산지였기 때문에 공원에서 해제되더라도 실제론 난개발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용역 결과를 검토한 성남시는 이 토지에 대해 “토지 보상 대상에서 제외”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는 B 씨의 토지를 시의 매입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시 결정을 뒤집었다. 도시계획위원회가 2019년 10월 전체 위원 25명 중 19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해 녹지로 존치하라”고 결론을 내린 것. 당시 A 위원이 회의에서 “시가 매입하지 않으면 부지의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매입 필요성을 강조했고, 다른 위원들도 이에 따랐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은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고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따랐다. 이후 성남시는 해당 토지를 매입한 뒤 토지주 B 씨에게 보상금 330억여 원을 지급했다.

감사원은 A 위원이 회의 이후인 2020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B 씨로부터 현금 4억여 원을 건네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토지주가 2020년 4월 성남시로부터 토지보상금 330억여 원을 받았는데, 그 직후 A 위원에게 현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토지주가 A 위원에게 건넨 현금 4억 여 원에 대해 시의 토지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대가로 받은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위원은 감사원의 감사에서 금품의 대가성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의 수사요청을 받은 검찰은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토지 매입에 찬성했던 또다른 위원들도 ‘토지 특혜 매입 의혹’에 연루돼있는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 B 씨가 보상비로 받은 330억여 원의 행방에 대해서도 검찰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법적 요건 못갖춘 컨소시엄에 8000억 대 시유지 매각 특혜
성남시가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의 시 소유 부지를 2012년 법으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에 매각한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정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남시는 2021년 4월 분당 삼평동 일대의 시유지 7779평을 엔씨소프트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수의 계약 형태로 매각했다. 당시 엔씨소프트 컨소시엄 측은 사업 협약에서 해당 부지에 “소프트웨어 진흥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시유지에 소프트웨어 진흥시설을 설치하려는 사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뒤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성남시는 2020년 12월 과기부에 질의도 하지 않고 임의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지정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사업 협약에서 삭제해줬다. 결국 성남시가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에게 8000억 원 대인 고가의 시유지를 수의 매각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것이 감사원의 시각이다.

감사원은 당시 시유지 매각 건을 검토한 시청 공무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하고 법률 검토 책임자였던 장영근 전 부시장에 대해서도 징계하라고 소속 기관에 통보했다. 매각 건 검토에 관여했지만 이미 정년퇴직한 공무원에 대해서도 인사 자료를 남겨두라고 감사원은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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