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낮전등·멍멍개”…경제력 변화에 북한 남녀 지위 역전 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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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6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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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북한 거주 당시 연도별 배급제 경험 추이. 통일부 제공
북한이탈주민의 북한 거주 당시 연도별 배급제 경험 추이. 통일부 제공
“지금은 남편들보고 낮전등, 멍멍개라고 해요.”

북한에서 배급제가 붕괴되고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그렇지 못한 남성들을 ‘불필요하다’라는 뜻의 ‘낮전등’이나 비하의 뜻을 담아 ‘멍멍개’라고 부른다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도 나왔다.

통일부는 2013~2022년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사회 심층정보 사업’ 결과를 담은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를 6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배급제는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34.1%에 불과했고,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64.3%였다. 3분의 2가 배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시장(장마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90.7%가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라고 답했다.

탈북민들의 재북 당시 남녀평등 인식. 통일부 제공
탈북민들의 재북 당시 남녀평등 인식. 통일부 제공
식량의 경우 입쌀과 강냉이를 시장에서 구입했다는 비율이 67.7%에 달했다. 양정소 배급(1.8%)과 소속 기업소 및 기관 배급(6%)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생필품 역시 85.6%가 시장에서 구매했다고 답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이후에는 90%가 시장에서 생필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주택도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것과 달리 매매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택 매매 경험 여부에 관한 질문에 19.8%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양의 경우 중구역, 평천구역 등 지하철이 있는 강북(대동강 북쪽) 지역이 그렇지 않은 대동강 구역 등 강남보다 비싸다고 2017년에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민 증언도 있었다.

그는 “강북이 발달돼 있고 집들이 보통 10만달러(1억3300만원) 정도 한다”라면서도 “저희 고모집은 20평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3만달러(4000만원) 정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고층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싸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활성화된 시장에서 주요 행위자로 활동하며 생계를 책임지게 됐고 이에 따라 가정 내 위상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장마당 등 사경제 활동을 통한 비공식 소득이 가족 내 주 소득자의 주된 소득원이라는 응답이 59.7%로 나타났다.

여성의 시장활동으로 여성의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는 응답은 41.0%였고, 남편과 동등해졌다는 응답은 12%, 남편보다 위상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15.4%였다.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시장 활동이 여성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2019년에 북한에서 탈출한 탈북민은 심층면접에서 “여자가 나가서 벌어서 그걸로 가정을 유지하니까 여자 말을 듣게 되고 여자가 벌어서 가정을 부양하니까 남편한테 큰 소리가 나가게 되고 남편들은 권한이 없어진다”라며 “할 수 없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당연히 여자들이 권한이 높고 소리가 높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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