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앞에서 고성 지르던 정치인들…與野 ‘신사협정’으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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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2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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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국회 회의장서 고성-피켓 구태 바로잡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앞으로 국회 회의장에 비난 피켓을 부착하지 않고, 상대 당을 향한 야유와 고성을 자제하기로 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로 고질적인 국회의원들의 추태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4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제가 만남을 가졌다”며 “국회의 회의장 분위기를 좀 개선해야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를 했다”며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그동안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 회의장에서 여러 가지 여야 간 좋지 않은 일로 국회가 파행되거나 또는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을 조금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그로 인해서 회의가 파행되는 것이 반복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회의장 안에는,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시에는 플로어에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신사협정 같은 것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서 합의했다”며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들도 노력을 하겠고, 국회가 조금 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견학 온 초등학생들 앞에서 고성 난무
그간 국회에서는 고성, 비방, 삿대질 등이 빈번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나 대통령 시정연설 과정에서 상대 당을 향해 고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례로 올 6월 수학여행으로 국회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있었지만 여야는 “과연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라는 게 있었습니까? 제 마음대로였죠”, “거짓말 말라”, “울산 땅이나 파세요” 등 핏대를 높이며 상대당을 욕했다. 학생들은 50분 가까이 이러한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회의장에 등장한 피켓 때문에 국회 일정이 파행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올 3월 국회 국방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는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태극기 피켓을 노트북에 붙여 상임위가 시작도 못한 채 파행됐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자리에 부착해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


‘현수막 공해’ 재발 우려…옥외광고물법 개정안 통과될까
이번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는 국민의힘이 정쟁형 현수막을 철거한 데 이어 민주당도 “정책형 문구 위주로 현수막을 내걸겠다”는 뜻을 밝힌 뒤에 이뤄졌다.

국민의힘이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현수막 공해’의 발단이 되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가 관련 논의에 나설 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비난 현수막 난립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은 “현재의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의 현수막에 대한 허가 신고 및 금지 제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여 현수막 공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인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인 규제를 통한 조례 개정에 앞장서고 있지만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조속히 개정되지 않는다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혼란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현재 우리 당 주도의 정당 현수막의 무분별한 설치를 제한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행안위에 발의돼 소위에 회부되어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현수막 정치를 통해서 정치혐오는 줄이고 민생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국민의힘은 조속히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적극 힘을 모으겠다”며 “민주당의 전향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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