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실수도 없다… 시속 530㎞로 날며 10㎝ 급유구에 ‘쏙’

  • 뉴스1
  • 입력 2023년 4월 13일 16시 02분


세찬 황사바람이 불던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오산 공군기지의 드넓은 주기장에선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Cygnus)의 임무 수행을 앞두고 정비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KC-330의 육중한 무게(최대이륙중량 233톤)를 견뎌낼 랜딩기어를 철저히 점검하고, 직경 3.1m에 이르는 좌우 터보팬 엔진 2개를 꼼꼼히 살폈다.

이어 공중급유장치 ‘붐’을 점검한 정비사들은 피급유기 외부 유도등과 카메라를 육안으로 살펴보며 임무 수행에 문제없음을 확인했다.

KC-330은 공중급유 등 임무 특성상 항공기 중량과 무게 중심이 비행안전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연료주입 작업에도 세밀한 관심을 필요로 한다.

공군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KC-330 공중급유 훈련 현장을 공개했다. KC-330의 실제 공중에서 급유 등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버스 여객기 A330-200을 토대로 제작한 KC-330엔 승객 301명과 환자 2명이 탈 수 있고, 적재 가능 화물 중량은 37.6톤이다.

기자단이 탑승한 기내 좌석은 일반 여객기와 거의 같았다. 여객기와 가장 큰 차이는 조종석 바로 뒤에 공중급유 장치를 조작하는 좌석이 따로 있단 점이었다.

KC-330이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한 뒤 서해 임무공역에 진입하자 피급유기가 다가왔다. KC-330을 가운데에 두고 넓게 날개를 펼친 듯 왼쪽에선 F-15K 전투기 2대, 그리고 오른쪽에선 KF-16 전투기가 2대가 각각 290노트(시속 530여㎞)의 속도를 유지하며 공중급유 준비를 마쳤다.

먼저 F-15K가 KC-330 후미로 길게 내려온 붐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KC-330의 공중급유통제사는 3차원 입체 화면을 보며 지름 10㎝ 크기 급유구에 붐을 정확히 연결했다.

이날 훈련은 실제 주유는 하지 않고 붐을 전투기에 연결했다가 분리하는 ‘드라이 콘택트’ 방식으로 고도 1만5000피트(약 4500m) 상공에서 진행됐다. 전투기 4대 모두가 이 훈련을 마치는 데는 약 10분이 걸렸다.

KC-330 조종사 엄기수 소령은 “공중급유를 위해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피급유기 조종사와 교신하며 피급유기 위치를 통제하고, 급유 진행상황 전반을 감독한다”며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 소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공중급유통제사는 전투기 조종사에게 ‘급유 완료’ 교신을 하자 전투기 조종사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투기들은 이후 수 분간 KC-330과 편대비행을 한 뒤 기수를 꺾어 임무 공역으로 향했다.

공중급유통제사 윤한규 상사는 “처음엔 공중급유 임무 수행시 사소한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단 압박감이 컸다. 통제사가 제어하는 것 중 사소한 것 하나만 무너져도 ‘도미노’처럼 큰일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 중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훈련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KC-330은 지난 2015년 시작된 우리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인 KC-X를 통해 도입된 기종으로서 현재 총 4대가 운용되고 있다. 공군은 2018년 공모를 진행해 2019년 KC-330의 명칭을 ‘시그너스’로 명명했다.

KC-330은 총 24만5000파운드(약 111톤)의 연료를 실을 수 있고, 최대 15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에 급유할 수 있다. F-15K 기준으론 10대, KF-16은 20대다. 각 전투기는 공중 급유 1회당 1시간씩 임무를 더 수행할 수 있어 “KC-330 도입 이후 우리 공군의 작전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조주영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중령)은 “조종사들은 항상 연료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는데, 공중급유는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의 기량과 항공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며 “안정적인 작전 운영과 실전적 훈련을 통해 상시 결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KC-330은 7400여회가 넘는 공중급유 작전을 수행했다. 작년 8월엔 호주 주관 다국적 연합훈련 ‘피치블랙’에 참가하면서 공중급유작전과 해외 현지 급유작전 등 원거리 작전수행 능력도 확인했다.

KC-330은 최대 1만4800㎞를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다. 이에 국외 재해·재난 발생시 현지 체류 우리 국민 이송이나 해외 파병부대 화물·병력 수송 등 임무도 수행한다.

2021년 5월엔 KC-33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송에 투입됐고, 같은 해 8월엔 이슬람 주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에 따라 현지 조력자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 및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임무를 수행했다. 또 같은 해 11월 요소수 긴급 공수 작전도 KC-330이 맡았다.

KC-330은 올 2월엔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 긴급 구호대와 물자를 수송하는 인도적 지원 작전에 참여했고, 그리고 3월엔 태국 ‘코브라골드’ 훈련 중 발생한 해병대 부상자를 국내로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평택=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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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12일 서해 상공에서 F-15K 전투기에 대한 공중 급유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12일 서해 상공에서 F-15K 전투기에 대한 공중 급유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공군 제공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공군 제공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12일 서해 상공에서 공중급유 훈련을 위해 피급유기인 F-15K·KF-16 전투기 편대와 함께 대형을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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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정비사가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수송기 이륙 전 항공기 후미에 설치된 공중급유장치 붐을 점검하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정비사가 KC-330 ‘시그너스;’ 공중급유수송기 이륙 전 항공기 후미에 설치된 공중급유장치 붐을 점검하고 있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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