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제주 4·3사건, 北김일성 지시로 촉발”…野 “즉시 사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3일 2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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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평화공원 찾아 참배 후 발언
송재호 “색깔론 갈라치기”…박용진 “의원직 사퇴해야”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12일 제주 4.3 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4·3 희생자유족회 측은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태 의원은 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무릎을 꿇고 “4·3 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12일 전당대회 일정을 위해 제주를 방문해 4.3 사건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했다”라며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자유 통일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라며 희생자 추모비에 향을 올리고 무릎을 꿇은 채 참배하는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에 대해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북한 김일성 지령설이 사장된지 오래된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태 의원은 제주4·3사건은 명백히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등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유포시키는 등 경거망동을 일삼았다”며 “4·3사건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비판에 나섰다. 송재호 의원(제주갑)은 이날 규탄 성명서에서 “국민의힘은 또 다시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갈라치고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가. 태 의원은 즉각 사죄하라”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서귀포)도 “태 의원의 발언은 얼핏 듣기에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이승만 정권을 계승하는 정부 여당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긴 말 필요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당장 사과하고 태 의원을 징계하라”면서 “태 의원은 (최고위원)후보에서 사퇴하고 의원직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식에서 경찰의 발포로 6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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