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2.10/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현재 받고 있는 혐의가 아닌 ‘민생’에 대해 상당 부분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윤석열 정권이 민생 대신 정치적 다툼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인데 지금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보다는 ‘민생’에 집중해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이 대표가 밝힌 입장문에선 무역수지·경상수지·국제통화기금(IMF)·경제성장률 등 경제용어와 전세사기·대출이자·물가·난방비 등 최근 민생 관련 이슈가 대거 등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 경제가 바닥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국민에게 돌리며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지난 두 차례 소환조사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 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데 집중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2차 출석 때는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이 정적 제거를 위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현장”이라며 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날 입장문에선 국민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정부가 이를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최근 난방비·전세사기 등 실생활 관련 이슈가 국회에서도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자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민생에 무심한 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2.10/뉴스1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재명을 죽이자고 없는 죄를 만들 시간에 전세 사기범부터 잡으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을 구하는데 권력을 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차 출석 당시 집중했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은 검찰에 대한 비판으로 넘어왔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정치검찰’이라고 규정하며 “이제 ‘유검무죄 무검유죄’ 시대”라고 말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무죄로 판결받은 데 대한 비판이다.
이 대표는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 할 공권력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이재명을 잡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썼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곽 전 의원이 무죄라는데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2.10/뉴스1 특히 이날 입장문에는 지난 두 차례 검찰 출석과 달리 개인적인 심정이 처음으로 들어간 점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 소환은 회술레 같은 수치”라고 말했다. ‘회술레’란 과거 죄인을 처형하기 전 얼굴에 회칠을 한 후 사람들 앞을 돌게 하던 일을 뜻한다. 수위가 높은 표현을 통해 정권에 핍박받는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망가져가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겠다”며 “권력이 없다고 없는 죄를 만들고 권력이 있다고 있는 죄도 덮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검사 독재 정권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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