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지면 대통령-與 모두 끝… 중도 공략할 전진캠프 차릴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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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권주자 인터뷰]
김기현 의원이 밝힌 새 대표의 조건
“尹정부 성공하려면 모두 친윤돼야
당의 대통합 이끌 수 있는 대표 필요”

김기현 의원이 31일 인터뷰에서 “당이 쪼개지면 안 된다. 분열은 필패다. 나는 당이 절대로 갈라지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기현 의원이 31일 인터뷰에서 “당이 쪼개지면 안 된다. 분열은 필패다. 나는 당이 절대로 갈라지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서로 상반된 전략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당을 대통합으로 이끌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안 의원은 “누가 수도권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보탤 수 있는지 당원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은 나란히 “결선투표 없이 과반 득표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3월 8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하는 순간 수도권 참패다. 그래서 ‘수도권 지역구 출신 대표’는 허상 같은 이야기다. 중요한 건 당을 대통합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어떤 분이 대표가 되면, 당이 시끄럽지 않겠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선 김기현 의원(64·사진)은 새 대표의 조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이 또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 끝”이라며 “총선 전 당 지지율을 55%까지 만들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김기현이 당 대표가 돼야 하나.

“나는 정통 보수를 지켜온 사람이다. 또 원내대표를 하면서 대선을 지휘해 이겼다. 경쟁 후보 중에는 선거에서 지거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한 사람이 있다. 중요한 내년 총선에는 승리를 경험해 본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쟁 후보들보다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판사 출신으로 입법, 사법, 행정을 다 해본 사람이다. 울산광역시장으로 행정 경험도 있다. 여당 대표는 정국을 이끌고, 행정부를 주도하는 역량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내가 적임자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도 전당대회에 도전했는데….

“당장 총선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 판에 거기에 미래 계획을 녹이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이걸 발판 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 양손에 떡을 들고서는 절체절명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을 넘을 수 없다.”

―안 의원이 ‘체육관 선거’ 등의 비판을 하고 있는데…

“지지를 못 받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추대 형태의 당 대표에 익숙했던 문화와 우리 큰 정당의 문화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안 의원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대선 승리 이후 당이 쭉 시끄러웠는데…

“당의 리더십 혼란 때문에 집권 초기 가장 중요한 1년을 허비해버렸다. 지난해 여름 당 지도부의 혼란을 보면서 ‘더 이상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 이번에 뽑는 당 대표는 절대로 그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는데…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호감도가 굉장히 많이 높아졌다. 이제는 유권자들도 먼저 알아봐 주신다.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친윤(친윤석열) 진영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윤이 나쁜 건가? 집권 여당이 친윤 안 하고 반윤(반윤석열), 비윤(비윤석열) 해야 되나? 대통령의 성공을 위하는 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당연히 누구든지 다 친윤이 돼야지. 그래서 ‘친윤 입김’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건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이다.”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거란 관측도 있다.

“사무총장은 사전에 내정한 바도 없고, 누구에게 제안한 바도 없다. 일단은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어 다른 인선을 구상하는 단계가 아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 의원은 “며칠 전 ‘유승민계’ 핵심이라는 의원도 나를 지지하겠다고 연락해왔다”며 “절대로 내년 총선에서 4당 체제는 안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가 된 뒤 대통령실을 향해 쓴소리도 할 생각인지.

“총선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다 해야지 못 할 게 뭐가 있나. 총선에서 지면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도 끝이다. 당이 해산 위기에 직면할 거다.”

―내년 총선 공천은 어떻게 준비할 건가.

“당이 가진 공천 기준이 잘못된 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잘못됐기에 문제가 생겼던 거다. 당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노하우 없이 외부 사람에게만 의존하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3년 전 총선도 당 대표가 사람을 잘 모르니 리더십 발휘에 실패한 탓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 정치 신인이었던 황교안 대표가 2019년 당 대표를 맡아 1년 뒤 총선을 치르면서 공천 파동을 겪었던 사례를 거론하며 당 내부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을 겨냥한 것.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집중할 분야는 무엇인가.

“당연히 먹고 사는 문제, 민생이다. 경제가 핵심 화두다. 문재인 정권이 결국 집권 연장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 역시 경제 문제였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부동산과 세금이 폭등해 국민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줬다. 거꾸로 우리에게도 경제가 그만큼 중요하다.”

―당심(黨心)에만 집중해 중도층 표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총선이라는 산을 정복하려면 일단 베이스캠프를 차려야 한다. 그러고 나서 올라가면서 전진 캠프를 하나씩 차리는 거다. 전당대회는 베이스캠프를 강화할 때다. 그 뒤에 우파, 중도, 심지어 민주당 계열에 있는 인사들도 영입해서 전진 캠프를 계속 쳐서 이기면 되는 거다.”

―당심과 일반 국민 여론이 동떨어진 거라고 보나.

“일반 국민이란 개념이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동떨어져야 한다. 민주당과 우리 당 여론이 같으면 정당이 필요 없는 거다. 당심이 민심에 동떨어졌다는 주장은 논리 자체가 궤변이다. 당의 정체성도 세우지 않고 산토끼만 잡으러 가서야 되겠느냐.”

―민주당이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당이 쪼개지면 안 된다. 분열은 필패다. 나는 당이 절대로 갈라지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만날 생각인가.

“매일 아침 만날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표는 내가 미울 것이다. ‘위리안치(圍籬安置·중죄인을 외딴 곳으로 유배 보내는 것)’까지 시켰으니.”

지난 대선 전인 2021년 9월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던 김 의원에게 “남극에 있는 섬에 위리안치시키겠다”고 한 걸 꼬집은 것.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울산시장이던) 나를 겨냥해 영장 신청을 39번 했다. 그래도 나는 안 죽고 살아 있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고초를 당했는데….

”그렇게 당한 사람이 나 밖에 없다. 대선 과정에서도 고소, 고발 7번 당했다. 아마 단 한 번도 당하지 않고 우아하게 지낸 사람도 있을거다. (이른바 ‘조국 반대 집회’ 당시) 광화문에서 나는 앞장서서 싸웠지만 광화문에 얼굴 한 번 안 비춘 사람도 있다. 열심히 싸운 동지는 온데간데 없고, 갑자기 (당 대표를 노리고) 옆에서 들어온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나 전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당의 소중한 자산이니 내년 총선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도 마찬가지인가.

“그건 지금 말하기가…. (두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를 못 나눠봤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국민의힘 전당대회#김기현 의원#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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