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잠시에 불과”…‘사법리스크’ 이재명, 尹정부 때리며 국면전환 시도[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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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세종시의회 의정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세종=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4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세종시의회 의정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세종=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충청 지역을 시작으로 민생 챙기기 행보를 재개했다. 자신의 최측근들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4일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 이틀째를 맞아 충북 지역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세종시의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역 현안을 살폈다.

그는 회의에서 “민주당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 수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관련해서 사업비를 내년 예산안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끝내 거부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못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된다는 국민의 명령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자를 문책해달라는 유족의 호소를 외면하고 책임을 부정하는 오기이자 불통”이라며 “유족 슬픔 앞에 작게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진상 규명 등을 위한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국민의 명령인 국정조사에 즉각 복귀하라. 국민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참사 책임자 보호를 위해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끝내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야 3당은 즉각 성역 없는 국정조사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제와 ‘문재인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장 수준 노동시간, 병원비 부담에 고통 받는 국민의 짐을 덜기 위한 핵심 민생 정책을 뒤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좋은 정책에는 정치적 색깔이 있을 수 없다. 국민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고 우리 사회를 한 발짝이라도 전진시킬 있다면 상대 정책이라도 빌려 써야 한다”며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국정 성공은 불가능하고 고통은 국민 몫이 될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맡긴 권력은 잠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 특권예산에 대한 집착이 요지부동이다. 고작 100개 정도의 초거대기업과 수백 명 남짓한 초부자들을 위한 천문학적인 특권 감세를 하려고 한다”며 “지금이라도 시대착오적인 초부자 감세를 철회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민생 발목잡기에 굴하지 않고 국민 감세 3법 관철에 당력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충북대학교에서 지역 주민 등을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천안=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3일 충남 천안시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천안=뉴스1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대전과 충남 천안을 찾아 출범 7개월을 맞은 윤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치고, 피 흘려 만든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에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 군사정권 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불안해지고 있다”며 “숨쉬기가 점점 불편해진다.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아무도 모르게 공포감이 젖어들고 있다. 국가가 지금은 ‘혹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혹시 나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며 “어떻게 만들어온 민주주의고 어떻게 만들어온 표현의 자유인데 갑자기 몇 개월 만에 과거로 되돌아가느냐”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는 힘은 바로 국민 안에 있다. 여러분이 막아줘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권리와 미래를 우리가 지키고 개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당분간 강원과 호남 등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고 시민들과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다시 지역을 찾는 것은 윤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띄우면서 민생 정책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내부 결속을 다지고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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