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진실 두렵나” vs 與 “정쟁만 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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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공방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 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 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면서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수용을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쟁만 야기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경찰) 수사도 당연히 해야 되겠지만 현재 ‘셀프 수사’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일부 은폐를 시도하는 것과 같은 부실수사의 징조도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 역시 강제 조사의 권한은 없기 때문에 결국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며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애도와 추모도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됐다”며 “참사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진지하고 엄숙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라며 “총리 사퇴를 포함해 국정의 전면적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책임을 지는 첫 번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이번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한 대응이 부른 국가 대참사”라며 “국민의힘은 참사의 실체적 진실과 정부의 책임이 두려우니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어서 국정조사라는 국회의 책무를 저버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덮기 위해 진실마저 감추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한 사법적 책임과 정치도의적 책임을 명명백백히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적 참사를 방치해놓고 대통령실과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 정부를 국민은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며 “집권여당의 차기 당권 주자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서로 뒤질세라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죽음을 자기 출세의 기회로 악용하는 참사의 정치화”라고 말했다.

그는 “추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국민의 울분은 주권자로서 너무나 정당한 목소리”라며 “정부와 여당이 끝까지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합당한 책임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국정조사뿐 아니라 국회에 주어진 책무와 권한을 다해 국민과 함께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주호영(왼쪽)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애도기간이 끝나고 민주당이 이 불행한 사건을 정쟁화하려는 조짐이 여기저기 보인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검찰 손발을 완전히 묶고 나서 이제는 경찰 수사를 못 믿겠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한다. 국정조사를 날치기 하겠다며 원내지도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며 “이제 애도기간이 끝나고 사건의 전모를 밝힌 뒤 재발 방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와 정치권에 주어진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끔찍한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참사가 벌어졌을 때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인 것이 있었느냐”며 “큰 사건, 사고가 나면 때 만났다는 듯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민주당은 도대체 집권하고 있을 때 재발 방지를 위해 대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은 참사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경고한다.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르고 그걸 방패막이 삼아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는 치졸한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만큼 신속한 수사에 오히려 방해되고 정쟁만 야기할 뿐”이라며 “유족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고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되풀이되는 진상조사위원회, 예산 낭비보다는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재발 방지 대책이 확실히 작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고 수습과는 무관하게 과도한 정쟁, 국민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참사 이후에도 똑같이 진상 조사한다고 정쟁만 하고 시간을 보내고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 대책에 집중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우리는 대형 인명 사고가 날 때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수없이 되뇌어왔지만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 대형 참사 뒤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려는 절차에 무엇이 잘못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당 차원의 ‘이태원 사고 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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