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 그래야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윤 대통령,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취임 이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일 문제는 물가”라며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제시했다. 민생경제를 회복하려면 치솟는 물가를 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를 “제가 여기(용산)로 이사 온 이유”라고도 했다.
○ 尹 “경제는 정권교체 된다고 쉬어주지 않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참모들과 업무를 논의하는 실질적인 첫 자리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전 정부부처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 상황이 정권이 교체된다고 잠시 쉬어주는 것도 아니고 국민은 늘 허리가 휘는 민생고에 허덕이고 있다”며 “각종 경제지표들을 면밀히 챙겨서 물가 상승의 원인과 이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고, 밀 가격이 폭등해 우리 식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산업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 첫 일성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비상한 대응을 강조한 것은 한국 경제가 국내외적 악재에 첩첩이 둘러싸여 있는 데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부응해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새 정부의 경제팀은 전열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다”며 “기재부에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여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시장을 위협하지 않도록 경제부총리, 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 라인이 각별히 주의해서 용어 선택을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위기에는 대응해야 하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면밀한 대응도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안보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며 “외국에서도 걱정 많이 하고, 핵실험 재개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보뿐만 아니라 또 국정의 다른 부분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세밀하게 다 모니터하고 준비를 해 주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구두 밑창 닳게 일해야…내 방에도 와라”
윤 대통령은 수석들에게 활발한 소통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회의를 하며 현안을 몇 개 들고 오겠다”며 “(수석들도)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시의적절한 현안이 있다고 하면 주제도 던지며 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무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이라고 해서 업무가 법적으로 갈리는 게 아니다”며 “같은 관점에서 자기 분야를 들여다보고, 서로 (소통)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청사 사무실을 순방하면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2.05.11. 대통령실사진기자단윤 대통령은 특히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곳곳을 돌아본 얘기를 꺼내며 “(오늘 출근해) 이 방 저 방 다녀보니 한 층에 쭉 사무실이 연결돼 있더라”며 “비서관, 행정관, 수석비서관들이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다른 분야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그야말로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집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 없이 수시로 와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에도 실무진과 수시로 소통하며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
윤 대통령은 “수석뿐만 아니라 비서관들도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1층 기자실에 내려가서 계속 설명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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