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20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사드 갈등’ 폭발 막전막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11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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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美 국방 “철수·재배치 검토” 압박 이후 사드기지 개선공사 속도
작년 SCM 때 오스틴 美 국방 “노력 감사하나 아직 부족하다”
새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정상 배치 다뤄질듯

2020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 가운데)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서욱 국방부 장관 등 한측 대표단에게 경북 성주 사드기지의 열악한 주둔여건 개선 등 동맹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회의장
 테이블 뒤 화상회의(VTC) 시스템에 등장한 인물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동아일보 DB
2020년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 가운데)이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서욱 국방부 장관 등 한측 대표단에게 경북 성주 사드기지의 열악한 주둔여건 개선 등 동맹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회의장 테이블 뒤 화상회의(VTC) 시스템에 등장한 인물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동아일보 DB
2020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국방당국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폭발했고, 미측은 사드 철수 검토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등 충돌 양상이 정점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은 작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53차 SCM에서도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 주둔 여건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북한의 핵·마사일 위협에 대응한 사드의 중요성을 강조한만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20일)과 한미정상회담(21일)을 계기로 사드의 정상배치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10월 SCM 당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서욱 국방부 장관 등 한측 대표단에게 다른 동맹 현안을 제쳐두고 시종일관 사드 기지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에스퍼 장관은 회의 초반 자리에 앉자마자 “이건 동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당신의 아들딸이 머나먼 타지의 이런 환경에서 근무하면 어떻겠냐”면서 수년째 임시배치 상태로 방치되다시피한 사드기지의 열악한 실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렇게 오랜 기간 사드의 주둔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한반도 밖으로 재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한측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상회의(VTC)로 참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에게 사드의 철수 및 재배치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에스퍼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핵심전력임에도 그 임무를 수행하는 기지내 한미 장병들이 기본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태가 3년 넘게 지속되자 미측이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 당시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기지 진입로를 막는 바람에 기지내 장병들은 공사자재와 사드 포대 운용을 위한 발전기 연료, 부식 등 필수물자를 헬기로 공수받는 등 임무수행과 주둔생활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취임 한달여만에 미국을 찾은 서 장관을 비롯한 한측 대표단은 에스퍼 장관의 강경한 태도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서 장관은 “내가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돌아가서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지만 이후로도 미측은 서운함과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한측 대표단을 냉랭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 내내 지지부진한 사드 기지의 근무여건 개선을 미측이 더 이상 두고 볼수 없다고 보고 작심하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며 “에스퍼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비판을 이어가면서 회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무겁고 냉랭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당시 서 장관은 SCM 직후 ‘동맹관계에서 이런 모습은 좋지 않다. 내가 돌아가서 적극 풀겠다’고 주위에 언급했다”고도 했다. 이후 정부와 군이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의 저지 시위를 뚫고 사드기지에 공사자재를 연이어 반입하는 등 주둔 여건 개선공사에 속도를 낸 것도 미측의 ‘철수 압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측은 여전히 사드기지의 주둔 여건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53차 SCM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사드 기지의 주둔여건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언급했고, 이에 서 장관은 “더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사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새 정부에서 사드기지의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정상배치 작업이 가속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자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위협의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드의 조속한 정상배치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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