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核사용’ 협박에… 尹측 “위협 있을땐 선제타격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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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출범앞, 위협 강도 높이는 北
金 “핵보유국에 선제타격 가당찮아”…기선제압-도발 명분쌓기 나선 듯
尹측, 北 주장 맞서 원칙대응 천명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일 담화에 이어 이틀 만에 ‘핵 무력’을 앞세워 다시 담화를 내고 위협 수위를 높인 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 관계에서 기선을 확실히 잡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추가 ‘중대 도발’을 앞두고 남측에 책임을 돌려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사실상 북한의 2인자로 대남·대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여정은 5일 담화에서 남한을 겨냥한 핵 사용 가능성을 거듭 밝히며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가당치 않다”며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며 막말까지 쏟아냈다. 북한은 그동안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했지만 핵을 남한에 쏠 수 있다며 공개 위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4년 “서울 불바다” 경고 이후 남측을 위협하기 위해 여러 차례 ‘불바다’ 발언을 꺼냈을 때도 직접 우리를 향해 핵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그만큼 정권 교체 이후 윤석열 정부가 내놓을 대북 정책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이미 핵보유국인 만큼 새 정부를 향해 협상에 나서려면 많은 것을 내놓으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며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김여정의 연속 담화가 남북 관계 악화 책임을 남측에 돌려 추가 도발 명분을 확실하게 쌓으려는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은 이날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위협했다. 이어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한 서욱 국방부 장관을 콕 집어 다시 집중포화를 퍼부은 것. 김여정은 앞서 3일에도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김여정이 연속 담화를 내고 위협 수위를 높였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선제타격도 전 세계에서 예방적 차원이 아닌 선제적 위협이 상존하고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밝혔다. 북한이 서 장관 발언을 겨냥해 핵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집중 공격하고 있음에도 선제타격을 ‘가능한 조치’라고 언급하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핵 무력#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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