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면-인사권 등 밤까지 이견…초유의 대통령-당선인 회동 결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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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회동이 무산된 게 아니라 실무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오찬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이 4시간 전 취소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신구(新舊) 권력의 충돌”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일단 수습에 나선 것.

하지만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들의 담판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마치지 못했다는 점은 한국은행 총재 등 공공기관 인사, 사면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양측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권이 법적으로 완전히 이양되는 5월 10일까지 신구 권력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커졌다.

● “특별사면, 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에 이견”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장 실장은 15일 늦은 밤까지도 회동 의제 조율을 이어갔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15일 오후 11시 경 회동 결렬을 택했다. 양측은 정권 말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등에서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 특히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2석이 갈등의 핵심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 측의 한은 총재 임명 기류에 대해 “차기 정부의 금융정책과 발을 맞춰야 하는 만큼 현 정부가 임명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선관위 상임위원과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를 현 정부가 하는 것도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에선 “협의는 할 수 있다”며 “다만 임기 내 인사권 행사는 당연한 일이다. 남은 기간 동안 손놓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면의 경우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회동 전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 당선인이 취임 이후 하면 될 일을 가지고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다”는 것.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으로 진보 진영의 내부 반발을 부른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지는 것은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윤 당선인 측 핵심 인사들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까지 언급하면서 청와대는 더 들끓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사면까지 언급하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사면이 동시에 이뤄지면 ‘패키지 사면’ 논란이 일 수 밖에 없고, 후폭풍은 고스란히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도 고려하는 양측

신구 권력의 힘겨루기는 역대 최소 표차라는 이번 대선의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정권교체 상황을 보면 2007년은 이 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2017년은 아예 현직 대통령이 없었다”며 “양측 모두 이번 대선에서 대대적인 결집에 나섰던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여론의 향방을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취임 직후 6·1지방선거를 치러야 하고, 2년 뒤 중간평가 성격의 22대 총선을 치러야 하는 윤 당선인 측은 “집권 초반에 빠르게 성과를 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청와대 역시 문 대통령 퇴임 전부터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내줄 경우 자칫 진보 진영이 전국 선거 연패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어 선뜻 물러날 수 없다는 태도다.

윤 당선인 측에선 회동 자체가 취임 전까지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더라도 청와대가 당초 밝혔던 “허심탄회한 대화” 대신 덕담만 주고 받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국의 한 축인 민주당이 내분을 겪고 있어 양측의 중재에 나설 마땅한 세력도 인물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청와대도, 우리도 지금으로선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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