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美 샌델과 대담 “韓 청년, 능력주의에 상당히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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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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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과 정의’를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2021.12.21/뉴스1 © News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과 정의’를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2021.12.21/뉴스1 © News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1일 “특히 청년세대들이 능력주의에 상당히 많이 몰입된 상태”라며 “대한민국 사회에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의 화상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청년들은) ‘지방인재 할당, 성 할당, 최약계층 할당도 재고해야 한다’, ‘(할당제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 ‘능력주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은) 결국 시험 성적으로, 현재 가진 최종 능력치에 따라 결론을 내자고 생각한다”며 “기성세대는 많은 기회를 누리며 살아 관대해질 수 있었고, 정의에 대한 공감도 매우 높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적으니 경쟁이 전쟁, 친구는 적이 된다. 왜 소수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는 “능력주의는 실질적으로 평등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지만 형식적으로 공정해 보이는 것들, 개인 능력에 관한 것 아니나 형식적으로 개인 능력으로 보이는 것들이 경쟁을 촉발하고 개인 성취욕을 채우는 데 매우 유용했다”면서 “최근 경쟁이 격화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부작용 측면이 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 학생의 학력 수준은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대부분 일치한다. 능력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학력주의”라며 “실질적으로 평등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점을 조금씩 바꿔주자는 것인데, 할당제를 폐지하자는 얘기들이 상당히 많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샌델 교수는 “많은 대다수 한국인들이 한국이 굉장히 불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목격한 것은 한국의 수백명의 젊은 학생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해결에 대한 커다란 갈증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계층에 진입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 믿어 결국 이런 승자들의 자만심이 이런 현상(불공정)의 원인”이라며 “미국 정치 현실에서 말하자면 포퓰리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에 “차라리 신분제 사회에선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낄 수 있으나 능력주의로 포장된 사회에선 각자가 만든 능력 결과물이라 어떠한 부채의식도 안가진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교수가 쓴 책 내용 중 차라리 추첨 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란 문제 지적에 저도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곳을 더 많이 배려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는 자원 재분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공정이 가능하게 하는 배려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입시 경쟁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오징어게임’ 등을 거론하며 “최근 흥미있게 본 한국의 TV 프로그램은 스카이캐슬이다. 매우 경쟁적이고 치열한 입시 경쟁 상위 계층간의 경쟁을 보여줬다”며 “오징어게임은 극도의 능력주의에 대한 위험, 그리고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에 대한 패배감을 잘 나타내줬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미국 대공황 시절 루스벨트 대통령 정책을 거론한 것에는 “인상깊다”고 평가하며 “정부 주도 공공정책이 결국 국민 삶을 개선하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정부가 뉴딜을 시행하고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은 민주주의 정치인들이 고민하는 사안이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모두 전환의 기회를 누라면 결과물도 (함께) 누리는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가능하겠나”라고 물었다. 샌델 교수는 “모든 구성원들이 공공의 선에 참여하고, 모두가 정치에 참여해 사회적 문화에 관해 공동 논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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