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회-5공 인사들 전두환 조문…장세동 “난 아무것도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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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전 전 대통령이 만든 육사 내 사조직 ‘하나회’ 출신, 5공화국 핵심 인사 등 조문 행렬이 이어졌지만 현직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빈소 바깥에선 5·18민주화운동 관련 시민단체가 “전두환 일당들인 5공 부역 세력들은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사죄하라”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하나회·5공화국 인사들 한자리에
‘5공 인사’들과 하나회 관계자들은 23일 오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1호에 빈소가 마련되기 전부터 이곳에 모여들었다.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오후 5시 전부터 전 전 대통령이 민정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 하나회 출신 고명승 전 3군사령관, 10~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경현 전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아무 말 없이 빈소로 들어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왼쪽)과 고명승 전 육군대장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왼쪽)과 고명승 전 육군대장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전 전 대통령이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 칩거하던 시절 당시 주지스님이었던 도후스님도 빈소를 찾았다. 장 전 부장은 “물어봐야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이날 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빈소를 찾은 이석채 전 KT 회장은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형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권영진 대구시장, 김일윤 헌정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근조기와 화환을 보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명의로 근조화한을 보냈다.

●빈소 주변에선 항의 시위

이날 오후 빈소 주변은 시민단체의 항의 기자회견과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전두환심판국민행동’ 회원인 전태삼 씨는 “오늘 연희동을 떠난 전두환, 정말 황망하기 짝이 없고 유가족은 41년 동안 시대의 아픔을 은폐했다. 12·12 군사 쿠데타로 빚어진 참사와 그 많은 사람의 고통을 잊을 수 없다”며 “온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참혹한 역사를 각성하고 반성하도록 하고 사과(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 씨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합천군은 공식 추모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고향 마을인 율곡면 내천마을에서도 추모 행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앞에서는 전 전 대통령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기자들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질문을 받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언성을 높였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사망 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이 없나’는 질문에 “그냥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건 옛날 원님이 사람 붙잡아 놓고 ‘네 죄를 네가 알 터이니 이실직고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5·18 때) 발포 명령은 없었고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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