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닌자 미사일’로 테러 보복… 폭발 대신 빌딩 등 뚫고 타깃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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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 테러 후폭풍]
‘하늘의 암살자’ 리퍼 드론에 장착… 1만km 이상 떨어진 곳서 원격조종
제한된 지역 정밀 타격… 희생 최소화,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살때 동원
주한미군, 경량급 리퍼 10여대 배치… “유사시 北지휘부 제거작전도 가능”

美 드론 공습 현장 미국이
 27일(현지 시간) 최신식 무인기와 미사일로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 있는 이슬람국가(IS) 수뇌부를 공격한 현장이 
28일 공개됐다. 미국은 IS가 26일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자 보복 차원에서 IS 공습을 단행했다. 민가 앞마당의 그을린 차와 파편에 파인 벽 등을 통해 보복 공격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잘랄라바드=신화 뉴시스
美 드론 공습 현장 미국이 27일(현지 시간) 최신식 무인기와 미사일로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 있는 이슬람국가(IS) 수뇌부를 공격한 현장이 28일 공개됐다. 미국은 IS가 26일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자 보복 차원에서 IS 공습을 단행했다. 민가 앞마당의 그을린 차와 파편에 파인 벽 등을 통해 보복 공격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잘랄라바드=신화 뉴시스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애비게이트 바로 앞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기획자(planner)와 조력자(facilitator) 각 1명을 27일(현지 시간) 밤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제거했다고 28일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에 사용된 MQ-9 리퍼 드론은 아랍에미리트(UAE) 미군기지에서 이륙한 뒤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 주도 잘랄라바드의 외딴 지역까지 날아가 2명이 타고 있던 차량을 타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폭격지 영상을 보면 이번 드론 공습은 주택 한 채에 매우 제한된 손상을 남긴 정밀 타격으로 보인다. 공격이 이뤄진 뒤 영상에는 집 마당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옆에 릭샤(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삼륜차)처럼 생긴 차량 한 대가 까맣게 그을려 있다. 집 벽면에는 파편이 튀어 구멍이 파인 게 보이고 건물 창문은 떨어져 나가 있다.

WSJ에 따르면 이번 공습에는 특수 헬파이어 미사일 R9X가 사용됐다. 미사일은 폭발하는 대신 내장된 칼날 6개가 나오면서 타깃을 공격한다. 타깃을 핀포인트하는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WSJ는 군에서는 이 미사일을 ‘닌자 미사일’ 또는 ‘나는(flying) 긴수(Ginsu·1970년대 많이 팔린 미국 식칼 브랜드)’라 부른다고 전했다. 이 미사일은 자동차, 빌딩 등 타깃 위에 꽂히도록 설계돼 인근 건물이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다. 미 정부는 2019년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이 미사일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무기로 2017년 1월 시리아에서 알카에다 2인자 아부 카이르 알 마스리, 지난해에는 이라크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리퍼가 ‘하늘의 암살자’, ‘헌터 킬러(Hunter killer)’로 불리는 것도 이처럼 가공할 무기로 적국 수뇌부나 테러조직의 지휘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의 핵심 전력인 셈이다. 미국이 90여 대를 운용 중인 리퍼의 작전 수행에는 최첨단 군사기술이 총동원된다. 첩보위성이 수집한 표적의 위치나 이동 정보가 위성을 통해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 등 미 본토의 지상 드론작전통제실에 전달되면 드론 조종사들이 위성망으로 수천 km나 1만 km 이상 떨어진 리퍼를 원격 조종하게 된다.

드론 조종사들은 리퍼 동체의 앞부분 하단에 장착된 공 모양의 최첨단 감시장비로 표적을 정밀 추적하다 사살 명령이 떨어지면 기체 날개에 탑재된 헬파이어 공대지미사일이나 레이저유도폭탄을 쏴 제거하게 된다. 테러 지휘부 등은 자신이 표적이 됐는지, 어디서 미사일이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기습을 당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에는 ‘경량급 리퍼’로 불리는 그레이이글(MQ-1C) 10여 대가 2019년부터 전북 군산기지에 배치돼 운용 중이다. 덩치와 무장이 리퍼보다 작은 그레이이글은 헬파이어와 바이퍼 스트라이크(GBU-44/B)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최대 3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한반도 전역을 연속 비행하며 고화질 감시는 물론이고 유사시 아파치 공격헬기와 유무인 합동작전으로 북한 기계화부대 및 공기부양정 제거 임무도 수행한다. 군 소식통은 “리퍼처럼 적 지휘부 제거 작전도 가능해 북한엔 요주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 닌자 미사일#아프간#테러 보복#하늘의 암살자#리퍼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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