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추천이 쉽냐” vs “경기‘맛집’공사로 바꿔라”…황교익 놓고 李-李 여진

커지는 ‘황교익 후폭풍’, 이낙연 측 “경기‘맛집’공사로 간판 바꿔라”
이재명 측 “맛집 추천 쉬운 일 아니다” 엄호 나섰지만 역풍 거세
여권에서는 “‘공정’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맛집 추천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 측은 “간판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꾸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캠프의 현근택 대변인은 16일 CBS 라디오에서 “여행의 반 이상은 먹는 것”이라며 “우리가 춘천닭갈비 먹으러 가고 횡성에 한우 먹으러 가는데 어느 집을 갈지 굉장히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맛집을 추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박성준 의원 역시 이날 MBC라디오에서 “맛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여기에는 인문학적 소양이라든가 소통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다”며 엄호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의 김효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맛집 소개가 관광 전문성이라는 억지는 우리나라 관광전문가들을 모욕하는 소리”라며 “경기관광공사 간판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꾸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 대변인 등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이 방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경기도 대변인이 할 이야기를 캠프에서 하는 것만 보아도 도정과 대선 행보가 뒤섞여 있다”며 “(이재명 캠프가) 도청 캠프라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고 지적했다.

인사권자인 이 지사는 말을 아꼈다. 이날 성평등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지사는 “황 씨 내정에 다른 후보와 야당의 지적이 있는데 생각을 물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논란이 격화되면서 여권에서는 “이 지사가 실점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가 이번 대선에서 ‘공정’을 앞세운 상황에서 중앙대 동문에 친문 성향인 황 씨를 인선한 것이 오히려 불공정 논란을 불렀다는 것.

여기에 경기도의 다른 자리까지도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이날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경기도는 이미 채용비리 왕국이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실명을 거론 하지 않았지만 이 지사의 측근으로 추측되는 인사들에 대한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이낙연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페이스북에 이 글을 게시하며 “채용비리 왕국. 이래서 지사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라고 적었다.

이에 따라 이 지사가 결국 황 씨 인선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열리는 경선 TV토론에서 다른 주자들은 황 씨 인선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태세”라며 “여기에 앞으로 이 지사가 인사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황 씨 인선이 부각될 수 있어 이 지사 측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