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은 27일(현지 시간) 밀로시 제만(Miloš Zeman) 체코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제만 대통령은 “북한에는 체코 대사관이 있다. 한국 측의 어떤 활동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저희는 지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체코 프라하 외곽의 라니성에서 제만 대통령과 만나 경제부터 북한 현안까지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
박 의장은 “지난주에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완전한 합의를 이뤘다.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앞으로 4년간 지속할 정부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 점을 중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작년에 조건 없는 남북 국회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북한 대표단을 만날 자세가 돼 있다. 대통령님께서도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만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굉장히 바란다. 독일 통일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아시나. 모든 게 굉장히 급작스레 이뤄졌다. 동독에 있는 시민들이 모두 거리에 나왔다. 그리고 서독에 있는 사람들과 다 함께 우리는 하나의 국가라는 한 문장만을 계속해서 외쳤다”며 “제 인생이 끝나기 전에 북한과 함께 하나의 나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장은 “독일 통일과 관련해서 제가 기억하는 한 말씀이 있다. 첫 통일 대통령이었던 폰 바이 츠제커의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고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다’라는 말씀”이라며 양국의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제만 대통령은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 산업 협력 등을 들어 양국의 경제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중단된 ‘인천-프라하’ 직항 노선 재개 등도 요청했다.
제만 대통령은 “한국의 체코에 대한 대표적 투자기업은 현대차와 넥센타이어 등이 있다. 리튬을 다루는 많은 제조법인이 생기는 것도 저희 관심사”라며 “체코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리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채취와 제조가 함께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은 앞서 상원의장과 만남에서도 최대 화두였던 ‘원전 건설 파트너’ 의제를 앞세웠다. 그는 “원전은 저희가 가장 최적의 파트너”라며 “제만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던 현지화, 현지 업계의 참여, 그리고 우리는 기술 이전을 할 것이다.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상원의장 만남부터 체코 측의 관심이 컸던 ‘사이버 보안’ 문제도 꺼내 “원전 완공 후에 운영은 사이버 보안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튬과 관련해선 “대통령님의 관심사를 정부와 관련 회사에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한국의 대 체코 무역 투자액은 22억달러다. 이에 비해 체코의 대한 투자는 400만달러다. 우리는 원전을 비롯해 이런 협력이 양국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30분간으로 예정됐던 면담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프라하 중심인 프라하성에서 집무를 보던 제만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재 외곽의 라니성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
박 의장은 “저 개인적으로는 8년 전 국회 부의장 시절에 공식 방문해 상원의장과 공식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이 꼭 8년 전 그날”이라며 “제만 대통령께서는 국회의원, 하원의장, 총리, 두 차례의 대통령을 하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제만 대통령도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이제 정치인들도 동지가 될 수 있다”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박 의장과 제만 대통령 만남에는 우리 측에선 박 의장과 노웅래·류성걸·최연숙 의원, 김태진 주체코대사가 배석했다. 체코 측에선 제만 대통령과 브라티슬라브 미나즈 비서실장, 루돌프 인드락 외교수석, 페트라 네차소바 외교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