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처 몰랐다” 조국 해명…법원은 인정 안했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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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기자간담회서 "블라인드 펀드" 해명
법원 "W사의 배터리 사업 투자 설명 들어"
"법인 인수계획, 주요거래 등 상세히 기재"
"남편 영향력 이용 드러날까 폐기 지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블라인드 펀드라 어디에 투자되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으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부는 “투자처 설명을 들었다”고 판단해 주목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전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이 지난해 8월9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후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이어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물론이고 제 처도 사모펀드의 구성과 운영 등 과정을 알 수 없었고, 관여도 안 했다”며 “이른바 ‘블라인드 펀드’라고 한다.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 의혹이 불거진 후 코링크PE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블라인드 펀드여서 출자자들은 투자대상을 알지 못한다’는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정 교수의 은폐 지시에 따른 해명이라며 증거위조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씨로부터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씨앤티’를 거쳐 ‘익성’의 음극재 사업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듣고 동생과 함께 1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정 교수가 실제로는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14억원을 출자하면서 이를 부풀려 출자약정금액이 총 99억4000만원인 것처럼 금융위원회에 거짓 변경보고한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교수 측은 조씨로부터 설명을 들을 당시 ‘W사’라고만 언급했고, 실제 어떤 회사인지는 몰랐다며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투자처 설명을 들은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가족 펀드였으며, 블라인드 펀드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2017년 5월11일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이에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권유받은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7월12일 조씨로부터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익성의 관계사인 W사를 인수하고 W사에서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같은날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음극재배터리 로드맵_20170501.pdf’ 등 파일을 전송받았다.

재판부는 “위 파일들에는 익성이 배터리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의 인수계획, 그 법인의 음극재 생산 및 주요 거래처에 대한 공급계획이 상세히 기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와 동생 정씨가 블루펀드에 출자금을 납입한 직후 코링크PE 사무실에서 조씨와 당시 IFM 대표이사 김모씨로부터 전기자동차형 배터리 시장 현황과 수익 창출 관련 브리핑을 들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펀드 출자 당시 사원이 자신과 동생 가족뿐이란 사실 ▲지난해 8월까지 출자자가 그대로인 사실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W사 지배 방식으로 IFM 지분을 취득했고, 프로젝트 펀드란 사실을 모두 알았다고 판단했다.

또 “가족 펀드, 프로젝트 펀드라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 교수와 남편이 폐쇄적 펀드를 조성하고 특정 회사 주식을 취득해 민정수석인 남편 영향력을 이용해 관급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려해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에 해당한다는 대응 방향을 세운 뒤 조씨에게 코링크PE 사무실 내 보관 중이던 동생 정씨 자료 폐기 지시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범행은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객관적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 등을 회피하려 한 것”이라며 “처신의 부적절성뿐 아니라, 그 죄책도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교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거짓 변경 보고 혐의는 “일반 투자자가 금감원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위조를 교사한 혐의는 공소사실 입증이 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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