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독 됐나’…백신 확보 비상에 文대통령 책임론도 확산

뉴스1 입력 2020-12-21 15:31수정 2020-12-2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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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등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한창인 가운데 한국은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의 백신 확보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성공적인 방역으로 ‘K-방역’ 성과를 누려오던 정부의 방역 대응이 위기를 맞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초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전망이다. 국내 접종은 내년 1분기 중 시작되는데,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개사의 백신은 1분기 접종이 어렵다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KBS1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백신 공급이 늦어지는 이유에 관해 “(지난 7월) 백신 TF가 가동될 때는 확진자 숫자가 100명 이런 정도였다”며 “그러니까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그렇게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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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일 연속 1000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백신 디바이드(Vaccine Divide·접종 격차)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용와 임상 부작용 등 문제를 따지다가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월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급해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기닝(협상)을 하고 있다”며 “두 회사(화이자, 모더나)에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구매 계약을) 빠르게 했다면 7월에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안전하고 유효성이 있는 백신을 선택하기 위해 제조사에 임상자료를 요구했고, 이를 검토하며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는 것은 실기(失期)가 아니라 안전성이나 비용 등을 감안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공급시기뿐만 아니라 물량 확보에서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보건복지부 ‘해외국가별 백신 확보 동향’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백신을 24억회분, EU 11억회분, 영국 3억8000만회분, 캐나다 1억9000만회분, 일본 5억3000만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백신이 2회 접종을 하는 만큼 여기서 각각 반으로 줄여도 자국 인구수를 넘어서는 물량이다.

정부의 접종목표 물량은 4400만명분으로 인구의 80% 정도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다국가기구인 코박스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들여올 계획이다. 개별협상을 통해 2021년 국내로 들여오는 백신 4종은 Δ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Δ화이자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Δ모더나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Δ얀센 400만회분(1회 접종, 400만명분)이다.

백신 확보 물량과 접종 시기 모두 다른 나라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 대통령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등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자발적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에 바탕을 둔 ‘K-방역’ 성과에 도취돼 백신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현 상황의 게임체인저라고 할 수 있는 백신은 언제부터 접종이 시작될지 모르는 답답한 현실”이라며 “확진자 수가 적어 백신 계약이 늦어졌다는 정 총리의 발언에 많은 국민께서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백신 확보 현황 등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해 국민께 솔직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의료체계조차 한계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거리두기 등 개인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4일 문 대통령을 향해 방역 실패에 대한 사과와 함께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신 개발을 공언했는데 백신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백신 구입에 발 벗고 나서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은) 생색내고 자랑할 자리에 집착 말고, 헌신하고 국민 구할 험궂은 곳에 계셔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다름 아닌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민간합동 범부처 백신 TF팀을 만들고, 백신 전문가를 선임해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며 “통상의 국가 입찰 프로세스를 뛰어넘고 법적 허들을 제거해야 공무원들은 소신껏 일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면책 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K-방역의 성과에 힘입어 국내산 치료제, 백신 개발을 낙관하다 실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간담회에서 “개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적인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바이오산업 현장방문에서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진척을 보여 빠르면 올해 말부터 항체 치료제와 혈장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는 백신 확보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백신도입TF에선 백신 선구매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각 기업별로 개발중인 백신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수 가능한 자료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검토해 왔다”며 “그 결과 정부는 현재까지 코백스 퍼실리티 공급분을 포함하여 44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고, 내년 2~3월부터 접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초기부터 철저한 3T 방역(Test-Trace-Treat, 진단-추적-치료) 시스템을 구축해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가운데, 국내 치료제 및 백신개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계속 해오고 있다”며 “국내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치료제·백신을 도입해서 사용하고자 했다. 이런 전략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제 때에 도입’하기로 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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