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따르는 국면마다 사과…文, 검찰개혁 세 번째 돌파 의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8일 05시 14분


秋-尹 갈등 국면 사실상 대국민 사과…"정국 혼란 매우 죄송"
尹 징계위 '검찰개혁 고비' 인식…조국 사태 땐 두 차례 사과
사드 배치 선회, 평창 단일팀 논란 등 국민 갈등 때 잘못 인정

진통이 따랐던 검찰개혁 과정의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도 개혁 완수 의지 만큼은 꺾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세 번째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구도에 묻혀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검찰개혁 과제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수보회의)에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혼란스런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절차에 돌입한 이후 고조되고 있는 갈등 사태를 염두에 둔 사실상 대국민 사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언급하며 완수 의지를 밝힌 것에서, 오는 10일로 예정된 법무부 윤 총장 징계위원회 소집이 사실상 검찰개혁의 ‘마지막 고비’라는 엄중한 인식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저는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했다”며 “과거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우리 정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권력기관 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더라도 그 과제를 다음 정부로 미루지 않고자 했다. 이제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10일로 예정된 윤 총장의 법무부 징계위원회 소집 절차를 두고 윤 총장이 헌법소원까지 청구하는 등 ‘징계위 지연 카드’로 저항 의지를 내비치자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으로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큰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자 행정수반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남은 징계위 개최까지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조국 사태’ 국면에서 대국민 사과를 두 차례 하면서도 추 장관 임명으로 검찰개혁의 의지만은 놓지 않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4일 조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열린 수보회의에서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어 한 달 뒤 MBC 생방송 ‘국민과의 대화’의 자리를 빌려 “인사 문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거듭 고개 숙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주요 고비 때 마다 ‘솔직한 사과’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취임 4개월 만에 대통령 후보 시절 입장과 180도 다른 설명을 해야했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을 때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14일 오후 8시20분께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입장문에서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며 “이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검찰개혁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추진했었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세부적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점화된 남북 단일팀 구성의 ‘공정성 논란’ 때도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전 주요 외빈 리셉션 환영사에서 “우리는 지난 겨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었고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정함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됐다”며 단일팀 추진 속에 불거진 불공정 논란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같은 해 5월25일에는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야당의 반대로 결과적으로 무산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촛불 민심을 헌법에 담기 위한 개헌이 끝내 무산됐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매우 송구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두 달 뒤인 그 해 7월16일 수보회의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무산된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며 강한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던 소득주도 성장 논란 국면을 일단락 지은 바 있다.

이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수급 대란,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국민 불편 지속 상황,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주요 국정 현안 때마다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한 바 있다.

집권 후 3년 7개월 여 동안 문 대통령이 국정 책임에 인색하다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주요 국면마다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오는 것으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게 여권의 반론이다.

여권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은 누가 봐도 당위성이 분명한 문제에 있어 뜻하지 않게 갈등이 야기된 사안에 대해 사과를 해왔다”며 “오늘 수보회의 발언에는 검찰개혁의 제도화라는 당위성과 사회적 혼란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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