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美여행 비판 속 강경화 “거듭 송구”…‘사생활’ 옹호론도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5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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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의보에 주무장관 배우자 여행…부적절"
與도 일제히 비판…野 "장관 책임져야" 사퇴 압박
"사생활", "거취 논란은 과유불급" 반박 나오기도
이일병 교수, 여행계획 올린 블로그 비공개 전환
강경화 "남편도 당황…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 중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미국 여행을 떠난 데 대해 사과했지만 ‘내로남불’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추석 귀성마저 자제한 마당에 장관 배우자가 요트 구입과 크루즈 여행 등 호화 취미 생활을 위해 출국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국 장관 때는 ‘조로남불’, 추미애 장관 때는 ‘추로남불’, 이러다가 ‘강로남불’까지 생길 판”이라면서 “긴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트를 사기 위해, 호화 여행을 하기 위해 외국에 간다. 그것도 주무 외교부 장관의 부군되는 분인데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해서 넘어가면 이중잣대다. 특권과 반칙의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서면으로 대체한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연휴 중에 드러난 강 장관 남편의 요트 여행 출국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강 장관 남편은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냐’라고 말하고 떠났다”며 “이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정부 방침에 따라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 교수에 대해 비판에 나섰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3월부터 정부의 해외여행에 대한 여러 지침들이 있고 많은 국민들이 지키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 중에도 이동하는 분이 많았지만 예전에 비해서 KTX 표가 바로 직전에도 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국민 다수가 (이동 자제 권고를) 따르고 있다”면서 “이 교수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권유를 지키지 않는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방역에 자유로운 국민은 있을 수가 없다”며 “상당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대학 명예교수로 계시니까 공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직자나 공인들의 부적절한 처신들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지도부는 전날 이 교수의 미국 출국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여론 달래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고 밝혔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여행 자제를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교수가 공인으로서의 책임 의식은 언급하지 않고 사생활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 공분을 사는 지점이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서 KBS취재진과 만나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이 안 되냐’고 묻는 질문에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지난 6월에도 요트 구입을 목적으로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전세계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이후다. 이에 앞서 이 교수는 신천지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던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을 다녀오기도 했다.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방침과는 거리가 있는 처신이다.

이 교수의 여행을 두고 야권은 강 장관의 거취 문제로까지 확전시키는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은 라디오에서 “평범한 국민 같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개인의 문제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장관의 입장에서 그걸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지나”라고 공격했다. 야당은 오는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로 강 장관에게 사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우자의 사생활을 강 장관의 거취와 연결짓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비판은 비판대로 받으면 될 일인데 거취 논란은 과유불급”이라고 적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서일병(추 장관 아들) 후임은 이일병.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네”라면서도 “근데 이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여당도 거취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 교수를 비판하면서도 “강 장관과 연결해서 책임을 묻는 기류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며 “강 장관께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했다. 그 정도면 됐다고 본다”며 “(이 교수에게) 돌아오라고 권유할 입장은 못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는데 결국 강 장관께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평소 이용하지 않던 지하 주차장 통로로 출근하는 등 외부 노출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장관을 인터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여행계획 등을 게시했던 개인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강 장관은 최근 서거한 쿠웨이트 국왕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이날 오후 주한쿠웨이트대사관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계속 송구스럽다는 말씀 거듭 드린다”며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추가로 대화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대사관으로 떠나기 전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취재진이 ‘귀국을 설득할 생각이 여전히 없냐’고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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