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과 사드협상때 냅킨에 그림 그리며 설득… 배치 연기 제안에 압박도”

이세형 기자 입력 2020-09-23 03:00수정 2020-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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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前백악관보좌관 회고록
사드배치 둘러싼 한미 신경전 소개
문재인 대통령 출범 초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2017년 2월∼2018년 4월 역임)이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21일(현지 시간) 출간된 맥매스터 전 보좌관의 회고록 ‘전쟁터에서(Battlegrounds)’에 따르면 맥매스터는 2017년 6월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서로 냅킨에 그림을 그려가며 사드 배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2017년 4월 26일 발사대 2기와 사격통제소 등을 성주 기지에 배치한 이후 국방부의 ‘사드 4기 반입 보고 누락’ 파동이 일어 추가 배치가 중단된 상태였다.

정 전 실장은 냅킨에 처음 2기의 미사일 세트가 배치된 개조된 성주골프장의 모습을 그리면서 미사일 4기의 배치 연기를 제안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고, 국회 승인과 환경영향평가도 마쳐야 한다는 것이 정 실장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맥매스터는 “이런 제안은 큰 문제(disaster)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조사에 대한 제안만 나와도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 전 실장에게 “사드 배치 지연은 60년 이상 전쟁을 막아온 (한미)동맹을 포기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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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 전 실장이 그림을 그려놓은 냅킨에 나머지 4기의 미사일 세트를 추가로 그린 뒤 한 번에 빨리 배치할 것을 설득했다. 정 전 실장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자 맥매스터는 냅킨을 배석했던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줬다. 또 “당신과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주면 후세를 위해 냅킨을 액자로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맥매스터는 정 전 실장에게 “‘달빛정책’(햇볕정책에 빗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칭하는 말)과 ‘최대 압박 정책’(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제대로 섞이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일치가 ‘퍼펙트 스톰’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해 7월 화성-14형 발사를 비롯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9월 7일 발사대 4기가 배치되며 사드 배치는 완료됐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정의용#사드협상#맥매스터#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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