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지 약 80일 만에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으면서 ‘경제 행보’를 재개해 주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은 김 위원장이 공사 전반 실태에 나타난 문제점을 엄하게 지적하고, 건설연합상무의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 및 확대회의 등 국가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노동당의 주요 회의를 주로 주재하던 김 위원장이 다시 경제 관련 시찰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건설 예산 실태와 설비, 자재보장 상황을 살펴본 뒤 책임자를 질책한 것은 ‘전형적인’ 현지지도의 모습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건설연합상무를 직접 겨냥해 이들이 건설 예산을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진행하고 설비, 자재보장 사업에서 ‘탈선’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건설연합상무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별도 조직으로 보인다.
또 평양종합병원 건설 과정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해 인민들에게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하기도 했다. 촉박한 기일에 맞춰 공사가 진행돼 발생할 수 있는 민심 이완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종합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올해 최우선으로 건설할 것을 지시한 곳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17일 착공식에 참석해 오는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까지 완공할 것을 요구했다.
목표 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에 나선 것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자신이 직접 챙기는 사업임을 상기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약 80일 만에 현지 지도를 재개하면서 최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비해 덜 부각됐던 그의 통치 행보가 앞으로 더 자주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동안 굵직한 회의를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대미 행보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선 모습이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달 4일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삐라)을 지적하고, 남북의 모든 통신연락선 단절과 개성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직접 지시하는 등 대남 사업 총괄을 맡아 전권을 행사해 왔다.
지난 10일 담화를 통해 ‘새로운 셈법이 없는 한 연내 북미 대화는 없다’는 대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대응하는 듯한 모양새였던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이 한동안 중단했던 전형적인 방식의 현지지도에 나서면서 그가 다시 잦은 공개행보를 통한 통치 방식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노동신문도 전날(19일) 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으로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를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그가 주요 군사 사항을 결정하는 중앙군사위 회의 주재 후 경제 행보에 나선 것은 ‘정면 돌파전’이라는 내치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여전히 대외 메시지는 김 제1부부장이 전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정면 돌파전 성과 결산일로 두고 있어, 김 위원장은 이날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건설 사업의 성과를 각별히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올해 경제 관련 시찰로 순천린(인)비료공장과 평양종합병원 건설장만 찾은 바 있다. 순천린비료공장은 정면 돌파전의 ‘주 타격전방’으로 정한 농업과 관련된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이 1월 초 올해 첫 시찰에 나선 곳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1일 ‘건강이상설’을 깨고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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