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김일성 주석 26주기 계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수행한 간부들에 김 위원장 나름의 ‘대미 행보’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8일 나온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며 국무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을 대동했다.
공개된 사진 중 눈에 띄는 인사는 먼저 리선권 외무상이다. 그는 정치국 후보위원 자격으로 이날 김 위원장의 참배를 수행했다.
그는 지난달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단 2주년 계기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우리는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사진 속에는 국무위 위원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도 보였다.
최 제1부상은 지난 4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는 비난 담화를 낸 바 있다.
다만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는 최 제1부상 추정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 가려 얼굴이 명확하게 식별되진 않았다. 북한 나름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외교라인 인사들을 포함시킨 이유는 김 위원장이 나름대로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6면 전체에 김일성 주석 추모 보도를 게재하며 표면적으로는 차분하게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마지막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였던 지난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때는 참배에 동행한 간부들의 구성이 이번과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정치국 성원’들만 대동했는데 이날은 여기에 외교라인 인사들이 포함된 국무위 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위원들도 동행시킨 것이다.
광명성절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지 않았던 때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당시보다 수행 인원이 늘어난 것은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표출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필두로 한 중앙군사위 위원들이 군복을 입고 동행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 6년 간 공석이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를 최근 꿰찬 인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기여한 공신이다.
그를 비롯한 군복을 입은 인사들이 비건 방한 국면에서 이뤄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동행한 것은 북한이 반대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또 북한이 올해 신년사를 대체한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새 전략무기’의 공개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어 이날 중앙군사위 위원들의 동행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되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무력 도발의 가능성 내지 위협을 미국 측에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지난달 북한의 대남 ‘대적 사업’ 국면을 총괄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이날 포착됐다. 그는 정치국 후보위원 자격으로 참배에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지난달 24일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이후 잠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정치국 확대회의에 이어 이날 김 위원장의 참배에도 동행하며 정치적 위상의 변화는 없음이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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