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민주당 ‘총선 물갈이’…한국당은 ‘잠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6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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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잇단 불출마 선언으로 '물갈이' 신호탄 올려
한국당은 불출마 선언 의원도 일부는 '출마 U턴'
총선 주요 변수 '인적 쇄신' 이렇다할 움직임 無
당 일각 "영남 중진들, 서울·수도권 험지 나서야"

여권에서 초선 의원들이 잇단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역 물갈이’ 폭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불출마와 관련된 두드러진 움직임은 없다. 총선이 6개월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인적 쇄신이 자칫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불출마를 시사한 한국당 의원은 6선 중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4선 김정훈 의원과 3선 황영철 의원, 초선 윤상직·정종섭·유민봉·조훈현 의원 등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총선 불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김정훈(부산 남갑), 윤상직(부산 기장), 정종섭(대구 동구갑) 의원은 지역구 활동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져 총선 출마로 입장이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에 책임이 있는 의원들을 당에서 내보내고, 총선에 출마하지 않도록 조치하면 저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냈을 뿐인데 무조건 불출마로 다소 와전된 것 같다”며 “당에서 공천을 하면 자연스레 개혁의 바람이 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해찬 당대표는 물론 친문계 핵심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뿐만 아니라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인지도가 높거나 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의원들이 불출마 대열에 합류한 것과는 대비된다. 역대 총선마다 중요한 변수로 삼는 ‘인적 쇄신’의 경쟁에서 여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올 정도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현역 의원들의 자리보전 욕구만 높을 경우 황교안식 인적 쇄신 작업에 차질을 빚어 내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라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혐오가 심화되고 무당파 중도층이 늘어난 만큼 세대교체에 버금갈 만한 대대적 ‘물갈이’가 단행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이 총선 모드로 전환하고 단계별로 선거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당은 아직 공천 룰도 확정하지 못해 선거 경쟁에서 뒤쳐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한국당은 이달 말 총선기획단을 가동하고 황교안 체제의 ‘영입인재 1호’를 내놓는다는 계획이지만 ‘웰빙’, ‘금수저’ 등으로 고착화된 정당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 만큼 파급력 있는 젊은 인사를 영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갈이 대상을 놓고 계파나 지역에 따라 의견도 엇갈린다.

일부 의원들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 다선(多選) 의원들의 물갈이를 시작으로 인적 쇄신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탄핵 책임이 큰 대표적인 의원들을 당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교통정리’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당의 한 중진의원은 “서청원 의원과 홍문종 의원은 이미 탈당해서 상관 없지만 탄핵 책임이 있는 의원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들 의원에 대해 지도부가 정리해야 한다”며 “최소한 출당이나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지역에 상관없이 중진 의원들은 가급적 험지로 내세워 총선 흥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진 않다. ‘동일지역 3선(選) 공천 배제론’이 불거져 나온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당 지도부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3선 공천 배제론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 지도부가 관심을 갖고 검토하거나 논의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진 의원들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TK(대구·경북) 등과 같은 안정적인 보수 텃밭 대신 험지에 출마하길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영남의 중진 의원 정도 된다면 4선, 5선, 6선에 욕심내기보다는 당의 지지세가 낮은 지역이나 서울, 수도권의 접전지역에서 출마하는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당 지도부가 과감하게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대부분은 괜히 눈 밖에 날 것이 걱정돼 건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있다“며 ”당에서 호남에 나가라고 하면 출마를 검토할 수도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황교안 대표는 공천 기준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공천제도에 대해 다양한 혁신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공천, 그러면서 공정한 공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공천, 분명한 공천기준을 가지고 총선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기는 공천이라고 해도 공정해서 국민들이 더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이 돼야 한다“며 ”객관적인 공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여당은 집권당이기 때문에 선거 전부터 지원자가 몰리지만 야당은 상대적으로 여당에 비해 인재를 확보하기 힘들다“며 ”공천 룰도 여당보다 먼저 발표하기 힘들다. 괜히 공천룰을 놓고 당 분란만 유발할 수 있어 황 대표가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관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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