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DMZ, 국제평화지대 만들자...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9월 25일 10시 23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각)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빈곤퇴치·양질의 교육·기후행동·포용성을 위한 다자주의 노력’을 주제로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의 일반토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는)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고 JSA, GP,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며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여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고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 작업에 착수하여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으며,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도 개최한 바 있다”면서 “이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기반을 다지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원칙으로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불용의 원칙과 관련해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상호 간 안전보장에 대해선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며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국제사회도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공동번영과 관련해선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엔이 채택한 ‘올림픽 휴전 결의’를 언급하며 “한미연합훈련이 유예되고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으로 전환되었고 남북한 사이에 대화가 재개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며 “남북 간의 대화는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한반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은 여전히 건재하고 남과 북,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뿐 아니라 그 이후의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지속되는 과제이며 세계평화와 한반도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한국은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나가며 유엔 회원국들의 협력 속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내고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의 성과를 언급하며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은 권총 한 자루 없는 비무장 구역이 되었고 남북한은 함께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철거하여 대결의 상징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고 있다”면서 “끊임없는 정전협정 위반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때로는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켰지만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화살머리고지에서 177구의 유해를 발굴한 것과 관련해 “한국군의 유해는 물론 미군과 중국군, 프랑스군과 영연방군으로 추정되는 유해까지 발굴됐다”며 “신원을 확인한 한국군 유해 3구는 66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평화를 위한 노력이 가져온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최초로 북한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미 정상 간 굳은 신뢰가 판문점에서의 전격적인 3자 회동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걸음이었다”며 “두 정상이 거기서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침략으로 대응하는 일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평화, 인권,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유엔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유엔의 궁극적 이상인 ‘국제 평화와 안보’가 한반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