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맹탕청문회’ 책임론 위기…조국 부인 기소로 반전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7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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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9.5/뉴스1 © News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9.5/뉴스1 © News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내 반발 속에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여 6일 열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내지 못하면서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으로 흘렀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산회 1시간여 전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조 후보자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단숨에 청문회 정국이 반전됐다.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 여부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4일 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해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6일 개최하기로 합의하자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이틀 청문회’가 무산됐을 뿐 아니라 조 후보자의 가족 등 핵심증인 채택이 불발된 만큼 ‘맹탕청문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당내 분위기는 황교안 대표가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나 원내대표는 “도덕성·위법성·전문성 등 자질 검증은 끝났다”며 “위법·위선·위험을 총정리해 국민에게 생중계로 보여주는 ‘사퇴 선고’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 한국당이 요구한 핵심증인뿐 아니라 전날 여야가 합의한 증인 대부분이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청문위원들이 조 후보자의 직접 개입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서 지리멸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한국당 위원들이 정국을 흔들 만한 사안에 집중하지 않은 채 ‘조국 딸 봉사활동 증명서’, ‘조국 딸 생년월일 변경’ ‘조국 딸 등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여론전만을 벌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야당 입장에서 청문회를 하지 못한 것만 못하다고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문회는 야당이 새로운 사실을 공개해서 파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나 조 후보자의 경우 오랫동안 언론을 통해 (의혹이) 보도가 됐고 심지어 검찰수사까지 진행돼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실을 야당이 폭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맹탕인 야당이 맹탕 면죄부 청문회를 열어줬다”며 “참 기분이 더러운 하루다”고 혹평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한국당이 핵심 증인을 뺀 딱 하루짜리 청문회를 받았을 때 ’그래도 뭐가 있겠지‘ 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당원 및 지지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답답하다” “준비가 미흡했다” “청문회 왜 열었냐” 등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특히 “무능한 지도부. 특히 나경원 의원은 사퇴하라(tlsw**)”, “하는 일마다 민주당과 청와대 돕는 나경원 원내대표 사퇴하라(elit**)” 등 강경 발언들도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이 인사청문회 산회 1시간여 전 조 후보자 부인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나 원내대표 입장에서도 청문회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행인 상황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한국당 위원들은 조 후보자 부인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 후보자를 압박했다.

조 후보자는 ’배우자가 기소되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장제원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거취를)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고민을 해본다는 것은 사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제 처는 아직 소환조사가 안 된 것으로 나온다. 예단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이 조국 부인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어보인다. 부인이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정치적 부담이 커진 조 후보자가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지 않고, 또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시 한국당은 강경 투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투쟁뿐 아니라 장외투쟁을 통해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 또는 지명 철회를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일찌감치 예상됐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게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라며 “조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도중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조 후보자를 향해 “진정 사법개혁을 꿈꾼다면 그대는 지금 쉬어야 할 때”라며 “검찰 수사의 칼날이 그대의 가족을 향해가고 있다. 그렇게 얻은 법무부 장관 자리, 사법개혁은커녕 장관으로서의 명함도 못 내밀 부끄러운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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