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외교문서]88올림픽에 中선수단 판문점 경유 참석, 北 거부로 무산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31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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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의 경직성 때문에 남북교류 호기 놓쳐"
덩샤오핑, 김일성에 '평화 올림픽 개최' 동조 요청
中, 김일성으로부터 올림픽 메시지 회신 못 받아
中 "노태우 대통령 北 올림픽 제의 수용하면 영웅"
"김일성 죽기 전 통일문제 진전 보고 싶어 해"

중국이 88서울올림픽 참가 당시 선수단을 철도편으로 북한을 통해 보내려고 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무산된 사실이 31일 공개된 1988년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1988년 8월7일 주파키스탄 대사 보고에 따르면 주파키스탄 중국 대사관 차석 샤오지옹추 참사관은 한국대사관 인사에게 “중국은 철도편으로 북한과 판문점을 경유해 올림픽 선수단을 서울에 보내려고 북한 측과 교섭했었으나 북측이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 바 있었다”고 제보했다.

참사관은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은 어느 면에서 보나 잘못된 것으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처사이며, 한국 측 제의대로 몇 개 종목을 할애 받으면 북한이 충분히 체면 유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절대 권력을 가진 김일성에게 올바른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는 북한 체제의 경직성 때문에 올림픽에 대한 잘못된 결정을 했으며 남북한 간 교류와 협조의 획기적 호기를 놓치게 된 것으로 본다고 참사관은 평가했다.

또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1988년 6월 북한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 88서울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동조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해 7월19일 주미대사는 미 국무부 관계관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라며 “미국 측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지난 6월 중공 지도자 덩샤오핑이 주북경 북한대사관을 통해 김일성에게 올림픽과 관련한 ‘퍼스널 메시지’(PERSONAL MESSAGE·친서)를 보냈다”고 외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덩샤오핑은 메시지에서 김일성에게 북한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세계적 노력에 동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7월 초까지 김일성으로부터 이 메시지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후견국이었던 중국은 북한이 올림픽 관련 제의를 할 경우 한국이 수용해야 한다고 북한 편을 드는 모습도 보였다.

주미대사가 1988년 4월16일 본부에 보고한 ‘중공(중국)의 한반도 정책’이란 제목의 문서에 따르면 스테이플튼 로이 당시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는 같은 달 12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국제문제연구소 타오빙웨이 아태주임을 면담했다.

타오 주임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올림픽 관련 어떤 제의를 할 경우, 한국이 이를 일단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노태우 대통령과 한국 국민은 외부 세계에 영웅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와 함께 중공(중국)은 올림픽에 대한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이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데 우려하고 있으며 올림픽 문제가 타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라도 한국과 일본, 미국이 최소한 북한을 안심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타오 주임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김일성은 죽기 전에 통일문제에 대해 어떤 진전을 보고 싶어 하고 있어 이러한 배경에서도 남북한 관계 진전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면서 “노태우 대통령이 남북한 관계에서 개방적 정책을 취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88서울올림픽대회 개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 등의 내용이 포함된 1602권(약 25만여쪽)의 1988년 외교문서를 해제했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열람 가능하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6차에 걸쳐 총 2만6600여권(약 370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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