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언론, 절대 실패라 말 못해…김정은 내심 화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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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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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상 수령은 오류 범할 수 없어”
“톱다운 방식에 金이 당해…다음은 상향식일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뉴스1DB © News1 박정호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뉴스1DB © News1 박정호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북한에서) 수령은 늘 백전백승하는 강철의 영장”이라며 “북한 언론은 절대로 (회담이) 결렬됐다거나 실패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1일 오후 채널A ‘뉴스 톱10’에 출연해 “(수령은) 오류를 범할 수 없고 수령이 관여한 일은 100프로 백전백승이라는 게 북한이 돌아가는 시스템의 원천”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 시기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출발부터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이 진두에 나섰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끌고 왔다”면서 “사실 여부를 제쳐놓고 김정은이 반미 핵 대결전을 승리로 이끌고 가신다고 계속 언론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했지만 ‘결렬’과 같은 부정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북미 정상은 “하노이에서의 상봉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됐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언론은 아무 일 없이 성공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김 위원장을 수행한 7명의 정치국 위원과 경호위원 등 수행원들이 회담 결렬 사실을) 많이 알게 됐기 때문에 김정은 내심으로서는 아마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화난 심정을 꾹 누르고 아주 태연한 모습을 자꾸 보여주려고 하지만 북한 간부들의 얼굴과 김정은, 김여정(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다 보면 상당히 긴장돼 있고 어두운 표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북미가 겉으로는 정상회담 결렬 이유로 ‘제재 해제’에 대한 이견을 꼽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 은폐 의혹”이 결정적 원인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때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거론하며 ‘핵 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김 위원장이 당황했고 김 위원장이 미국의 수에 말려들면 안 되기 때문에 리용호 외무상이 총대를 넘겨받았을 거란 추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현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다며 “우리는 많은 부분들을 끄집어냈다. 북한은 우리가 안다는 것에 놀라는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태 전 공사는 “막판까지 누가 싸웠느냐, 결국 마지막까지 끝까지 주장한 것은 볼턴과 리용호”라며 “이번 회담을 결렬시킨 기본 인물은 볼턴(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리용호”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핵 은폐 의혹’의 의제화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것이라며 “김혁철(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과 비건(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사이에서 이런 말을 꺼내면 김정은이 오겠느냐. 직접 오면 이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볼턴의 계획이었다”고 추측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그동안) 트럼프는 김정은을 믿는다고 러브콜을 보냈고 김정은은 편지를 보내면서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와서는 결국 톱다운 방식에 김정은이 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시기와 같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밀월 관계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북한이 김정은의 내심까지 언론에 공개한 것은 결국은 이제부터 향후 미국과의 핵 협상 흐름은 지난시기와 같은 흐름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일 기자들과 만나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듯한, 앞으로 이런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으셨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정상회담은 한동안은 가능성이 없고 실무진이 논의해야 한다”며 “다음은 (북미 협상이) 상향식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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