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후 금강산 관광 재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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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1일 0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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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천호 현대아산 남북경협본부장 인터뷰
“남북 정상 신년사로 관광 재개 협상 시간 압축될 것”

백천호 현대아산 남북경협본부장이 지난 18일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백천호 현대아산 남북경협본부장이 지난 18일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금강산 관광의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의 백천호 남북경협본부장은 “북미 정상회담 후 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리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 본부장은 지난 18일 연지동 현대아산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재개의 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백 본부장은 “남북이 관광 재개에 ‘합의’했다는 말을 쓰기엔 대북 제재 문제라는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라면서도 “남북 당국 간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만큼 정상 차원에서 의지를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올해 신년사는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과 대가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그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며 “관광 재개를 위한 본격 협상 국면이 됐을 때 남북 간 논의의 시간을 단시간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 후 남북 관광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평양과 연계된 백두산 관광, 원산 관광도 발전시킬 계획이 있다”라며 “국내의 알만한 여행사와도 협력해 탄탄하게 대북 관광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앞두고 현대아산의 전신인 ‘현대 대북사업단’에 합류한 백 본부장은 남북 경협의 ‘산 증인’ 중 한 명이다.

백천호 현대아산 남북경협본부장은 지난 18일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News1
백천호 현대아산 남북경협본부장은 지난 18일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News1
다음은 백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이 금강산 재개를 언급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간 필요한 논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제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간 원론적인 합의는 끝났다고 보는가
▶합의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올해 신년사는 남북 정상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요하게 보고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것으로 본다. 미국의 독자 제재와 유엔의 재재는 넘어야 할 산이지만 남북 당국 간 의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시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진척되는 분위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금강산 관광이 열리지(재개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언급된 ‘조건과 대가 없이’라는 말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것 같다. 이 말의 뜻을 어떻게 보는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이제 10년이 넘었다. 개성공단이 2014년에 몇 개월 간 잠정 중단됐을 때 이를 재개하기 위한 남북 간 협상을 진행하는데만 몇 달이 걸렸다. 그런데 10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 논의할 사안은 얼마나 많겠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의 언급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지지 않겠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본다. (협상의 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도 있다는 전향적인, 적극적인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의지와 현대아산이 북측 파트너와 소통하면서 파악한 북측의 입장이 동일하나.
▶당연하다. 작년에 금강산에서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돼 다른 어느 해 보다 자주 금강산을 갈 수 있었다. 또 개성공단에도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개소하며 북측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북측의 의지와 희망,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측뿐 아니라 북측에서도 관광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도 그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현대 아산의 ‘금강산 관광 재개 시나리오’의 내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물론 일종의 시나리오가 있다.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금강산 관광이 열리면 우선적으로는 장시간 중단된 사업을 정상적으로 안정화하고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0여 년 간 북측도 우리와 손발을 못 맞춰 봤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다시 설정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아산은 태생 자체가 남북 경협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아산이 추진했던 다양한 경협 사업에 금강산과 개성 관광, 개성공단 사업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 2007년 말에는 북측과 백두산 관광 사업 추진도 합의를 했다. 관광 사업 지역에는 금강산만 있는 게 아니라 원산도 포함돼 있다. 소위 말하는 7대 사업권, 대단위 사업권을 현대아산이 가지고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실현하고 있던 단계였다.
원산이 금강산에서 가깝다. 북측도 원산 개발에 대한 관심이 있다. 두 남북 정상이 다녀온 백두산도 지금은 중국사람들만 갈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앞으로는 중국을 통하지 않고 평양과 연계해서 백두산으로 가는 코스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만들 때 사업권자로서 구상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 측과 소통하거나 정보를 얻는 방식이 있나.
▶현대의 남북 경협 사업은 민간이라는 차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북측과 협력하는 사업은 관련법에 따라 승인을 받게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기조,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의 방향이 있는데 현대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사전에 정부와 충분히 논의한다. 관련법과 한반도 정세에 문제가 없는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하기 때문에 정부와 수시로 만나고 고려해서 준비하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는 당장 사업이 재개돼도 적용할 수 있는 기조와 방식으로 준비됐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간 공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북 관광 사업과 관련해서 새로운 권리를 주장하는 민간 사업자들이 나타났다. 때론 현대아산의 독점 사업권(대북 7대 사업 독점권)을 부정하기도 한다. 과거 체결한 현대아산의 사업권에 대해 북측과 변함없는 공감대가 있다고 확언할 수 있나.
▶그렇다. 우리의 사업권은 실체가 있는 사업권이다. 우리가 과거에 북측과 협의해서 사업권을 받으면서 북측에 준 대가가 있다. 그냥 앉아서 말로 협의해 온 것이 아니다. 그 과거의 합의서가, 계약 기간이 한참 남아 있는 합의서가 실체가 없다?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다.
과거 금강산 관광 때 우리와 협력했던 여행사만 100개가 넘었다. 우리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국내 여행사와 같이 한 것.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다만 현대가 가지고 있는 사업권을 근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과 현대는 그냥 지나가다가 만난 사이가 아니다. 1998년부터 그 어렵고 험한 과정을 뚫고 여기까지 온 신뢰가 있다. 바깥에서 잘 모르는 분들이 바라보는 것과, 실제 현대와 북측의 관계는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실제로 향후 사업 재개를 대비해 국내 여행사와 협력을 준비하고 있나.
▶다각도로,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내부적으로도 준비하고 있고 일부 국내 여행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대북 사업을 현대아산이 혼자서 다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다른 여행사와 같이 협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해나갈 것이다.

-협력을 논의 중인 회사 중에 우리가 알만한 회사도 있나.
▶있다. 다만 지금은 이름을 말씀드리기 어렵다.(웃음)

-외국 회사들이 진출하면서 북한 관광 사업이 질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사업이 재개돼도 지금 사업일 진행 중인 외국 회사들과 경쟁력이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금강산이라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관광이 가능한 하나의 지역인 셈이다. 단순하게 말해 지역이 바뀌면 할 수 있는 사업의 내용도 바뀐다는 뜻이다. 과거 진행했던 금강산 관광으로만 우리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모객과 같이 관광 그 자체 말고도 다른 부분도 관광사업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부분이다. 지금 북측에서 외국 회사가 진행 중인 관광 사업은 아직 그런 역량을 논하기는 어려운 수준인 것 같다. 우리가 향후 계획 중인 것과는 차이가 좀 있다. 대북 제재가 풀리면 현대아산이 계획 중인 큰 규모의 사업을 북측에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관광업을 진행 중인 외국 회사들과 향후 마찰이 생길 소지도 없을 것이라는 뜻인가.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관광업 발달에 과거 현대와의 협력 사업이 영향을 줬다고 보나.
▶근간이 된 것은 우리와의 사업 경험이었을 것이다. 10여 년 간 함께 사업하며 많은 노하우가 습득됐을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북측 파트너의 인적 구성이나 조직 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나.
▶지난 1998년에 금강산 관광이 처음 열렸을 때 제 직급이 대리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 임원이 됐다.(웃음) 북측도 마찬가지로 저와 같이 일하던 분들, 10년 전에 일하던 분들이 그대로 있다. 작년에 금강산에 올라갔을 때 여러 명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관광이 중단된 기간 동안 노후화된 금강산의 인프라 문제는 실질적인 문제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답은 뭘까.
▶앞서 언급한 ‘관광 재개 시나리오’에도 있는 내용을 소개하자면, 당연히 관광이 재개되면 금강산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개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상당히 많은 투자도 새로 이뤄져야 한다. 금강산 내 시설물들을 중단 기간 동안에도 북측이 거의 매일 청소를 하는 등 비교적 정성을 들여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오래된 부분도 있다. 우리가 어느 정도 개보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는 파악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관광이 재개되면 정밀 조사를 해서 전면적인 개보수를 할 계획이다.

-대북 제재 완화 문제가 역시 관건이겠다.
▶그렇다. 단순히 사람이 금강산에 들어가는 것이 해결되는 차원이 아니라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제재 완화 혹은 해제가 필수다.

-금강산 자산에 대한 북측의 몰수 및 동결 조치, 이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쉽게 설명한다면.
▶그게 구체적인 절차가 필요한가?(웃음) 북측에서 몰수 동결한 것이니 북측에서 풀면 된다고 본다. 법적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다. 그리고 관광이 재개된다는 것은 당연히 몰수 및 동결 조치가 해제되는 것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다. 그런 조치 없이 새로 투자를 할 수가 있겠나.

-앞서 언급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 때로 남북이 협상을 진행해 합의문과 조항을 새로 만들어 문제를 풀어나갔다. 금강산도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관광 재개가 논의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과정이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합의문이나 문서 같은 것은 당국 간에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당연히 남북이 (협상을 위해) 마주 앉을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이 문제가 돼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틀어지거나 지연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큰 틀에서 남북이 관광 재개에 합의하면 나머지 부분은 기술적으로 진행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속도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정부와 별도의 소통은 없었나.
▶없었던 것으로 안다. 제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대통령이 남북 경협, 금강산 관광 재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 경협에서 현대아산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협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는 점으로 볼 수 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가 중요하다는 말은 그 사업들 자체로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가 난다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과거 남북이 수많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뤄낸 사업을 복구한다는 것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를 토대로 또 다른 경협 사업의 판이 크게 벌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관광 재개 시나리오 중에 과거 아산을 떠난 직원들의 복귀 문제도 있나.
▶물론이다. 현대아산은 남북 경협 중단 후 긴 시간 동안 구조조정을 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북 사업은 흔히 말해 ‘해 본 사람’의 경험이 절실한 사업이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 중에 향후 사업이 재개된 뒤 복귀를 희망할 경우 가급적 전부 복귀시킬 계획이다. 동시에 새로운 일손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현지 가이드와 행정 직원 등에 즉각적으로 300여 명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굉장히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효과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관광 사업 발전에 대한 전망이나 제언이 있나.
▶북측의 사회구조 상 현실적인 제약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굉장히 좋은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최고지도자의 관광 활성화 의지도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관광업이 과거보다 훨씬 더 확대,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보겠다. 앞으로는 서울에서 원산까지 비행기로 가고, 다시 항공편으로 원산에서 중국으로 가는 등 다각적 관광 코스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관광 코스 개발이 가능한 여건이다. 시간과 준비의 문제일 뿐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

-금강산 관광, 남북 경협 재개와 관련해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대아산, 현대그룹의 전체 직원 모두는 남북 경협 사업의 재개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10년 여의 시간 동안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그 자체가 남은 사람들에게는 고통이었다. 정말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다시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꼭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다른 남북 경협 사업도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스터디(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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