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옆 아이린, 왜?…탈북 음악가 “남한 언론 의식한 자리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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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3일 0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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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북한 노동신문
사진=북한 노동신문
탈북 피아니스트인 김철웅 서울교대 연구교수는 3일 남측 예술단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찍은 기념사진에서 김 위원장 옆에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자리한 것과 관련, “100% 남한 언론을 의식한 자리 선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평양음악무용대학 선배인 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항상 자기는 ‘세련된 지도자’, ‘정상적인 지도자’, ‘여유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정치 스타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남한 언론들이 관심 있는 레드벨벳의 멤버를 자기 옆에 세움으로서 ‘나는 이런 것도 알고 이런 것도 즐길 줄 알고 너무 자연스러워’ 이런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일 남측 예술단의 공연 중 관객석의 반응이 남달랐던 무대로 서현이 부른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와 합창곡인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과 함께 레드벨벳의 무대를 꼽았다.

그는 “(레드벨벳은) 참여부터 의외였다. (걸그룹이) 간다고 하면 소녀시대가 가지 않겠느냐 했다. (레드벨벳은) 저희도 적응 중인데 (북한에서)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다”며 “관객의 반응을 봤을 때 젊은 세대의 호기심이라든지 이런 반짝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의 특징은 관객층이 되게 젊었다. 상당히 놀랐다. ‘북한이 변하려고 그러나, 변했나’라고 제가 약간 흔들릴 정도로 (관객들이)되게 다양한 반응을 보이더라”며 북한 간부들의 연령대가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회 공연은 1500명 정도 수준밖에 안 되고 남한 공연, 단독공연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당 정권의 간부들만 모였다”며 “또 김정은 위원장이 우연하게 나타난 것처럼 했는데 아주 계획된 각본 같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보는 공연에 참석을 할 정도면 더욱 특별한 사람들을 골랐을 거다. 그렇다면 북한의 간부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관객석에서 발견한 또 다른 놀라운 점으로 모란봉악단원들을 꼽았다. 그는 “모란봉악단원들이 쭉 앉아 있었다. 예술인들을 참가시킨 이유가 뭐냐 하면 레드벨벳과 같은 현대의 안무를 어떻게 할(받아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상당히 고민스러운 게 북한은 정치적 색깔인 음악, 다시 말하면 조선식 음악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 음악을 계속 고루하게 70년 전부터 쭉 가져오다 보니까 현대인들에게 뭔가 다른 출구를 마련해 줘야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남한 아이돌을 직접 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음악이 좀 현대적으로 될 수 없겠냐’는 욕심도 들어가 있지 않았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 많은 것 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북한은 남한 언론에 상당히 신경 쓴다. 여러 가지 사람들의 반응, 댓글을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실시간 온라인 반응을 당연히 보고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3일 진행되는 남북 합동무대에 대해 “아마도 북한에서는 답례 의사로 남한 노래를 같이 부르고, 현송월 단장이 남한 노래를 부르는 등의 퍼포먼스를 좀 하지 않겠나”라며 “남북의 가수와 음악가들이 같이 모여서 두 손 잡고 노래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감동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 단장이 당연히 무대에 나올 거라며 “합동공연만큼은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남한 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약간의 묘한 기 싸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측으로서는 자기네 음악도 훌륭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상당히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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